미국에서 (비회원 부킹을 받지 않는) 회원제 컨트리클럽 경험으로는 이번이 십여년만에 처음이다. 샌디에고 북쪽의 부촌인 란초산타페 지역에는 몇년전에 파 3 골프장인 Lomas Santa Fe Executive 코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고, 주변으로 괜찮은 프라이빗 클럽들이 넘쳐난다는 것은 알았지만 회원의 초대가 없으면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곳들이었다. 우연히 만난 지인이 미국으로 이민가서는 이쪽 동네에 살면서 여기 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부킹을 부탁해서 이루어진 라운드인데 가격은 싸지 않을테지만 자주 생기는 기회가 아니다. 지인은 골프를 치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수영장이나 승마, 테니스 등을 이용한다고 하며, 컨트리클럽 안에 Ted Robinson 설계의 27홀 골프장이 딸려있는 식이다. 승마 얘기가 나와..
San Bernadino 카운티에서의 두번째 라운드는 오전의 Shandin Hills에서 5분이면 가는 Arrowhead 골프클럽이다. 여기도 몇년전까지는 회원제 골프장이었는데 몇년사이 퍼블릭 부킹을 받게 바뀌었고, 가격도 주말 오후에 50불 정도다. 골프장은 1927년에 개장했고 (컨트리클럽은 1924년이라니까 딱 백년이다), William P. Bell 설계인 코스인데 구글맵 등에서 찾아보면 직사각형 공간에다가 18개의 홀을 우겨넣은 모양새다. 우리나라에도 전남 어딘가에 이렇게 축구장같은 골프장이 있다고 하던데 Arrowhead는 그래도 안으로 들어가면 직선으로 홀들이 만들어져 있고, 네모난 터에다 만들었기 때문에 중간에 주택가가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전 라운드가 살짝 밀렸기 때문에 부랴부랴 이동..
여러번 적는 이야기지만 이번에 굳이 LA에서도 동쪽으로 한시간반을 가야하는 모레노밸리 지역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덜 붐비고, 좀 저렴한 골프장들을 가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리버사이드 카운티에는 예전에 가본 코스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Oak Quarry나 Hidden Valley 등을 (이번에는 잔디가 초록인 봄날에) 다시 방문했고, 조금 더 가서 샌버나디노 카운티까지도 가본다. Shandin Hills 골프클럽은 Cary Bickler의 설계로 1985년에 개장했다는데 지금은 주말 오전에 60불 정도로 칠 수 있는 퍼블릭이 되었다. 대단한 역사나 디자인 철학이 담긴 골프장은 아니어도 로칼들의 훼이보릿 퍼블릭 코스라고 한다. 이름에 "Hills"가 들어있으니 평평한 코스는 아닐 것..
오랜만의 미국행이지만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는 캘리포니아 쪽으로도 매년 두세번씩 오곤 했었다. 세상이 코로나 전후로 크게 바뀌었지만 특히 여행업계나 골프는 (좋은 쪽으로든 나빠진 쪽으로든)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정상을 찾아가는 모양이지만 결코 이전의 자유롭고 저렴한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 모레노벨리 지역으로 숙소를 잡은 이유는 몇년전의 경험으로 LA 동쪽에 한두시간만 가면 아직 저렴하고 좋은 골프장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코로나 격리가 마악 끝난 당시에도 원래의 목적지는 팜스프링스 지역이었으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라버린 그린피에 놀라서 가는 도중에 여기에 멈췄었다. 모레노밸리는 LA에서 팜스프링스로 가는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로, 다른 일로는 와볼 일이 ..
몇년전 Moreno Valley 인근을 지나갈 때 이 골프장을 멀찍이서 보았는데 꽤나 좋아보여서 찾아보니 역시나 회원제라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숙소를 우선 정하고 주변에서 부킹할 골프장을 찾다보니까 Golfnow 등에 여기가 나오는데 그사이 세미프라이빗으로 변해서 일부 티타임을 내놓은 모양이었다. 1968년에 Olin Dutra 설계로 문을 열었던 18홀 코스이고, 한때는 대회도 종종 개최했다는데 캘리포니아 고교생 챔피언십이 열렸을 때 타이거 우즈가 우승했다는 사연도 있다. 이제 백불 정도의 가격으로 홈페이지에서나 Golfnow 등의 앱으로 부킹이 가능해져서 가보는데 코스의 상태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몇일간 비가 내린 직후라서 잔디가 좋아보였고, 좀 쌀쌀한 날씨였다. 토요일 오전임에도 ..
이번 캘리포니아 골프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코스인데 몇년전에 한번 가보고는 제대로 돈값을 하는구나 흡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백불 정도였는데 지금도 비슷한 가격이라서 당시에는 비싸도 좋은 골프장, 지금같으면 가성비 짱인 골프장이 되겠다. 몇년전 모 골프사이트 포럼에서 "Inland Empire 지역에서 골프를 좀 쳐보려고 합니다" 질문에 달린 댓글에서 그러면 Oak Quarry가 짱이죠, 그밖에 Oak Valley나 Goose Creek 정도도 괜찮아요, 뭐 그런 얘기를 보았기에 이쪽으로 올 기회가 생기면 근방으로 숙소를 잡았었고, 덕분에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 수많은 골프장을 가보았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Landmark at Oak Quarry 골프클럽이고 (Landmark는 미국 서부에서 여러 퍼블..
2년만에 히든밸리를 다시 왔다. 코로나 이후 미국에서의 골프붐을 반영하는지 평일임에도 적당한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고, 가격도 많이 오른 탓이다. 나는 웬만하면 새로운 골프장을 간다는 주의였는데 몇년전에 혼자서 라운드했던 Hidden Valley, 그리고 22년에 근방에서 적당한 곳을 찾다찾다 다시 왔었던 골프장이다. LA 동쪽의 Riverside 카운티라는 지역은 의외로 넓어서 코로나, 리버사이드 쪽을 Inland Empire라고도 부르고, 더 동쪽으로 Palm Springs 까지를 포함한다. Inland Empire에만도 수많은 골프장들이 있어서 골퍼들에게는 천국같았던 동네인데 가격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시간대에 부킹하기도 어려워졌다. Hidden Valley는 Casey O'C..
이번 일정의 마지막 날이 토요일인데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괜찮은 골프장을 가보고 싶었지...만... 일주일쯤 전부터 골프장 홈페이지나 부킹사이트를 들락거린 결과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LA 인근에서 토요일 오전에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은 다들 꺼려하는 골프장들이고, 그나마도 비쌌다. 결국 오전에는 동쪽으로 한시간 이상을 달려 쇼핑이나 하다가 San Bernadino 카운티까지 가야한다. 그래도 Sierra Lakes는 예전부터 평이 좋아서 한번쯤 가보고싶었던 곳이며, Ted Robinson 시니어가 설계한 18홀이다. 고급스런 주택가 커뮤니티가 조성된 가운데에 있는 골프장이라 이런 코스는 별로일 수가 없다. 어제 오후에 더워서 고생했었고, 이날은 기온이 더 올라가서 급히 반팔 티..
오전에 Coyote Hills를 돌고서 바로 인근의 Black Gold로 이동했다. 미국에서도 골프붐이 일던 21세기 초에 나름 부촌이라고 하는 요바린다의 언덕에 Arthur Hills 설계로 만들어졌으니 나쁠 리가 없는 골프장인데 몇년전에 한번 들렀다가 비가 와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코스가 대단히 근사해보여서 언젠가 다시 오리라 생각했었고, 이후에도 여러번 근방을 지나쳤긴 한데 가격이 (비로 취소했던 당시에는 평일 오후에 50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불을 훌쩍 넘겨버려서 입맛만 다셨던 것이다. 이제는 돈도 돈이지만 몇푼 아껴보겠다고 생업을 포기한 사람처럼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한심하기도 해서 그냥 적당한 시간으로 잡았다.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에도 평일에 ..
LA 주변 어디에나 이제 한국사람들이 많이 살지만 십여년쯤 전에 내가 (잠깐) 이쪽으로 가서 살아볼까 알아보던 시기에 가장 떠오르던 지역이 동쪽의 Fullerton에서 요바린다에 이르는 오렌지카운티였다 (최근에는 동쪽의 Chino 아니면 더 가서 San Bernadino 카운티에도 한인들이 많다고 한다). 이쪽에 사시는 지인들도 여전히 있어서 가끔 얘기하다보면 이 골프장이 종종 언급되었는데 가격이 백불이 좀 넘어가길래 그만한 가치가 있으려나 고민했지만 그래도 한번은 가보기로 했다. Cal Olson과 함께 Payne Stewart가 설계했다고 하는데 페인스튜어트는 PGA 투어에서 한때 날리던 이름이었고, 한창 전성기 시절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때문에 그가 설계에 관여한 골프장은 오직 여기 하나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