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로 Sky Mountain 골프코스를 부킹했더니 오전에 시간이 너무 남는다. Zion 국립공원을 드라이브나 할까 나서려다보니 놀랍게도 캐년의 동쪽으로 9홀 골프장이 하나 있더라. 산맥의 아랫쪽으로 Thunderbird라는 허름한 리조트가 있고, 여기서부터 트레일이나 지프투어 등으로 영업하는 곳인데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사방 60마일 이내에서 유일한 골프코스라며 9홀 걷는 요금이 달랑 15불로 적혀있었다. 무엇보다도 페어웨이 뒷편으로 캐년의 경치가 엄청나게 찍힌 사진을 보니 여기는 무조건 가봐야겠다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숙소인 St. George에서 시작해서 자이언 캐년쪽으로 가서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을 그랜드 써클이라고도 부른다). 국립공원 아랫쪽으로 돌아가는 도로부터 근사했고 (자이언 캐년에서 ..

술이나 도박 그딴거를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나는 미국 최고의 유흥가라는 라스베가스를 난생 처음 가본다. 게다가 이번에도 라스베가스 시내로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렌트카를 빌렸고, 공항을 나와서 바로 외곽의 Mesquite 지역을 지나 유타주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St. George까지 갔으니 우리의 목표는 오직 골프였던 것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 인근에도 (호텔이 운영하는) 골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가격이 넘사벽이므로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간 김에 한두번 정도라면 300불 그린피를 내고서라도 좋은 곳을 찾아가겠으나 몇일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죽어라고 공을 치려면 가성비가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고 외곽으로 멀리 나가더라도 이쪽 동네는 기본적으로 싼 골프장이 별로 없다. 네바다의 동쪽 끝인..

귀국하기 전에 산호세 근방에 사는 지인을 만나 이른 점심을 먹었고, 헤어지면서 이 골프장을 부킹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는 프리미엄 아울렛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easy bay 지역의 Livermore에, 다른 하나가 산호세 아랫쪽 Gilroy에 있다. 가장 가까와서 부킹했지만 사실 내게는 100불이 골프 18홀에 지불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고, 여기는 몇년전에 50 몇불에 쳤었지만 이번에는 95불이니까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격이 두배로 올랐다. Eagle Ridge의 설계자가 누구냐하면 바로 Ronald Fream과 David Dale이니 나인브릿지의 퍼블릭 버젼쯤 되는데 오래전 기억이지만 코스만큼은 근사했다. 여기도 대규모 주택가에 딸린 코스인데 집들이 꽤나 고급스럽고 좋아보여서 골프장 관리도 열심일 ..

태평양을 바라보는 언덕에 유럽의 성같은 리츠칼튼 호텔이 자리잡고 있고, 그 옆으로 36홀의 골프장이 있는 Half Moon Bay. 나는 몇년전에 양쪽 코스를 모두 쳐본 적이 있는데 경치만큼은 Trump National 저리가라일 정도로 근사했던 기억이다. 1997년에 개장한 이 골프장에는 Ocean과 Old 코스가 18홀씩 있는데 특히 Old 코스의 마지막 홀에서 호텔을 바라보며 치는 티샷은 여지껏 겪어본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고급 골프장에 비해 사진빨이 덜하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아마도 잔디가 Poa Annua 종이라 그럴 것이다. 이번에는 나혼자 무작정 찾아갔기 때문에 두 코스를 모두 돌아보기는 어려웠고, 어느쪽을 고르느냐는 상당히 어려운 선택이다. 대개는 Arthur Hills 설계인 ..

나같은 한국인 백돌이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았지만 미국 골프역사에서 Alister MacKenzie 박사는 대단한 찬사를 받는 인물이다. 그가 설계한 코스들은 굳이 오거스타 내셔널이 아니더라도 하나같이 유명하지 않은 게 없다. 불행하게도 매킨지 박사의 작품들은 대개 고급 회원제라서 나와는 별 인연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몇년전에 Pasatiempo에서 그 감동을 맛본 바 있다. 보다 만만하고 저렴한 옵션이 Sharp Park 골프장인데 여기는 저렴한 샌프란시스코 시립이면서 매킨지 박사가 1930년대 초반에 만든 코스다. 이 골프장의 90년 역사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데 시내에서 가까운 퍼블릭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멸종위기인 동물들 몇몇이 (아마도 희귀종 개구리와 뱀이라고 들었다) 이 골프장에만 ..

토요일이라 어디를 가볼까 조식을 먹으면서 Golfnow 앱을 켰는데 요새는 앱으로 부킹하지 않고 대충 어디가 한가한가, 가격은 얼마쯤 하나 보려는 의도였다. 역시나 토요일이라서 오전에 거의 남아있는 티타임이 없었고, 그나마도 웬만해서는 백불이 넘어간다. 범위를 조금 넓혀서 찾아보니 오래전에 한번씩 가보았던 Roddy Ranch와 Deer Ridge 골프클럽이 (두 골프장 모두 코로나를 거치면서 폐업했다) 위치한 Brentwood 지역에 가격이 적당하면서 오전내내 티타임이 열려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베이 지역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이쪽 동네는 보통 Sacramento delta라고 불리는 모양인데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삼각주 지형이라서 그렇다. San Mateo 시에 숙소를 잡았으니 저기까지 가자면 차로 한..

전날 비가 엄청나게 내렸는데 저녁부터 그친다는 예보가 있어서 골프를 칠까 했(었)다. 아침이 되어 화창한 날씨를 확인하고는 숙소에서 가까운 골프장부터 몇군데를 가보았는데 다들 폭우에 손상되에 문을 닫았다는 말만 듣는다. 이거, 큰일이네 하면서 다음으로 들른 골프장이 오클랜드 아랫쪽 바닷가에 위치한 Monarch Bay 골프장이다. 여기도 몇년전에 한번 가보았던 곳인데 근처의 Metropolitan Golf Links와 비교해서 크게 감흥이 없었으나 가격이 살짝 비쌌어서 다시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문을 열어준 것으로 감사할 일이다. 오클랜드 공항 근처의 바닷가에 조성된 링크스 스타일의 코스라서 비로 인한 손상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예전에 30불 정도를 줬던 기억이 나고, 급히 켜본 Golfno..

나로서는 "TPC"라는 이름이 들어간 골프장은 (뭔가 사기같은 양평 TPC는 빼고) 여기가 유일한 경험인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고, 퍼블릭 부킹이 가능하니까 비싼 그린피만 빼면 외면하기 힘든 곳이다. 오래전에 한번 가본 경험으로 매우 길고 어려웠기 때문에 굳이 비싸고 어려운 코스를 가야하나 생각이 있었는데 평일 오후의 120불 그린피는 예전에 비해 달라지지 않았고, 그사이 다른 골프장들이 워낙 가격을 올려서 이제는 가성비일 정도가 (어제 Presidio의 walking rate와 비슷) 되었다. 아무튼 미국에서 100대 골프장에 속하는 TPC Harding Park는 샌프란시스코 시립이기 때문에 지역주민은 저거에서 반값만 내니까 늘 사람이 많다. 1925년에 Willie Watson과 Sam..

이날은 종일 비예보가 있었는데 추운 겨울에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할 작정으로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1월의 캘리포니아 날씨를 보면 LA 인근에는 건조해서 산불로 난리고, 샌프란시스코는 폭우다. 아무튼... 예전에 샌프란시스코에 가는데 가볼만한 골프장이 어딜까요? 이런 질문을 골프 사이트에서 보았는데 이구동성으로 추천되는 코스들이 있었다. (Olympic 클럽 같은 회원제는 제껴두고) TPC Harding Park, Half Moon Bay, 아니면 여기 Presidio였다. Presidio라는 이름부터가 스페인어로 요새라는 뜻이라고 하며, 오랜 기간동안 샌프란시스코 만을 굽어보는 군사기지로 쓰이던 곳인데 군인들 전용의 골프장도 하나 있었던 것이다. 백년도 전인 1885년에 Robert Wood Johnst..

토요일 오전에 티타임이 남아있는 골프장이 별로 없어서 결국 다시 Canyon Lakes로 간다. 몇년전에, 그때도 1월 비슷한 시기였는데 속옷까지 젖을 정도의 빗속에서 치면서도 뭔가 진흙속의 진주를 찾은 느낌으로 즐겁게 쳤던 코스가 여기다. 위치로는 The Bridges 골프장과 붙어있는 18홀 코스인데 둘다 훌륭한 코스지만 이상하게도 이쪽이 몇십불 싸서 이상하다고 느꼈었고, 당시에는 인당 35불에, 이번에는 (토요일이지만) 85불을 냈다. Ted Robinson 시니어가 설계한 주택가 코스로 정식 명칭은 Canyon Lakes Golf & Brewery라서 골프장과 함께 양조장 (아마도 맥주를 생산하는 모양이다)을 운영한다. 주택가라고는 해도 홀들이 언덕을 따라가기 때문에 어려우면서 경치가 생각보다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