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미국에서 골프장 부킹을 (예전 생각만 하고) 너무 쉽게 생각하다보니 그냥 전날 저녁쯤에 근처의 골프장을 물색하거나 워크인으로 운동하기에는 힘든 상황으로 변했더라. 어디라고 할 것도 없이 오전 티타임은 거의 빈 자리가 없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뮤리에타 시에 있는 란초캘리포니아에는 몇년전에 20불 정도의 프로모션 요금으로 쳤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거의 세배 가격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여기가 꽤나 아름답고 좋은 골프장이었던 기억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Robert Trent Jones 주니어가 설계한 골프장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는 (아버지) RTJ가 디자인한 18홀 골프장으로, 주소마저도 Robert Trent Jones Parkway에 있다. 한때는 SCGA (남가주..
몇년전에 왔다가 (남부 캘리포니아답지 않게) 폭우가 쏟아져서 뒤돌아서야 했었던 The Links at Summerly를 당시 가격의 거의 세배인 오십몇불을 지불하고 플레이했다. 이 골프장은 Cal Olson이 설계한 18홀 퍼블릭이며, 이 설계자는 우리나라에도 뉴스프링빌 등에 참여한 바가 있다. 이름부터가 링크스여서 평평하고 심심한 경치라서 맨날 산악지형 골프장만 다니던 우리에게는 좀 낯설면서 심심하다. 여기도 경기에 영향받아 부침이 많았던 골프장인데 몇년간 문을 닫았던 시절도 있었고, Links Championship at Summerly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다시 링크스 앳 써멀리가 되었다. 2천년대 초반의 활황기에 대규모 주택단지와 함께 기획되었으나 하필이면 골프장이 문을 연 시..
몇일간 함께 고생한 동반자들이 힘들어하는 내색이어서 이날은 18홀만 치자, 대신에 약간 비싸더라도 좋은 곳으로 가자 합의를 보았다. 바로 떠오른 곳이 여기였는데 동반자들중 한명과 몇년전에 왔다가 세찬 비바람으로 중단한 적이 있었던 코스였기 때문. 이름에서부터 미국 인디언의 느낌이 나는 이 골프장은 원래는 남가주 PGA 협회 (SCPGA)의 홈코스였던 시절도 있고, 한때는 한국인 소유인 적도 있었다는데 결국은 근방에서 Cabazon 카지노를 운영하는 모롱고 부족이 인수해서 (골프장으로 가는 길에 Morongo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음) 지금의 이름인 Morongo Golf Club at Tukwet Canyon이 되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인디언 부족이 소유한 카지노 골프장은 Journey at Pech..
우리는 오전에 Chino Creek 18홀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서는 (한국에서 싸온) 전투식량 비빔밥 조리를 시작했다. 음식이 익어가는 십여분동안 나는 다시 프로샵으로 들어가서 오후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주지하다시피 여기는 36홀 골프장이기 때문에 다른 코스인 Butterfield Stage에서 오후에 리플레이 가격을 물었다. 그런데 프로샵의 직원은 내 말을 듣자 은근 당황하는 눈치.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얘기하더니 인당 20불씩 내라고 하는데 아싸 생각보다 싸구나 지불하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여기는 그냥 아무 말없이 1번 홀로 가서 다시 쳐도 되는 분위기의 골프장이었다. 20불 날린 건가? 하면서도 정직하게 살아야지 그렇게 위로하며 아무도 없는 골프장 앞을 가로질러 Butterfield Stage에서 오후..
LA 동부의 부촌들 중에 하나인 Chino Hills 근방에 있는 (다만 코스가 위치한 Chino 시는 좀 험해보였음) 36홀 골프장인 El Prado는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가성비로도 나름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한다. 1975년에 Harry와 David Rainville 설계로 문을 열었고 (우리나라에도 캐슬파인과 블루헤런이 David Rainville 설계의 골프장들), Chino Creek 코스의 18홀과 Butterfield Stage라고 이름붙은 18홀이 있다. 여기를 굳이 오기로 한 이유는 36홀 골프장이기 때문이었고, (카트 포함) 그린피 40불은 예전에 비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 가격이 정가일 것이고, 코로나 이전에 흔했던 프로모션이나 핫딜이 많이 없어진 것이 비싸게 느껴..
전날 갔던 Indian Hills의 바로 근방에 위치한 18홀 골프장인데 지금에야 동네 퍼블릭 취급이지만 1960년에 개장했던 당시에는 William F. Bell이 설계한 좋은 코스였고, 이후 Casey O'Callaghan이 한차례 리노베이션도 했다고 한다. 물론 가격으로 보나 골프장이 위치한 동네로 보나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고, 과연 진입로를 찾기 어렵게 복잡한 주택가를 지나야 했다. 골프장이 먼저 생기고, 사이사이에 (좀 싸구려같은) 집들을 잔뜩 지어놓았기 때문에 그린에서 다음 홀로 이동하려면 주택가 마당을 거의 매번 지나가야 한다. 시작하는 1번 홀의 티박스에서부터 주변 도로를 지나가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를 들어야했던 것도 이 골프장에 기대를 접은 이유였다. 전반은 평범해보이는, 오래된 동네 ..
나같은 A형 인간은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뭐를 볼 것인지 뭐를 먹을 것인지 미리 계획해놓지 않으면 불안하고, 사정이 생겨서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멘붕에 빠진다. 골프여행도 마찬가지여서 하루에 18홀 코스를 두번 도는 경우에서 사전에 적당한 티타임을 찾아서 부킹해놓고 중간의 식사를 포함해서 동선을 짜놓고 다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고방식이 살짝 바뀌었는데 어디면 어떠냐, 좀 비싸도 여유있게 다니면 좋지 않겠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처럼 특별한 계획없이 무작정 미국에 왔더니 골프의 열기가 대단해서 웬만한 골프장들은 오전에 거의 풀부킹인 상황이라 아무 골프장이라도 받아만주면 간다 식이 되었다. Green River 골프클럽도 그렇게 가게 되었는데 유치한 이름과 달리 Cary Bickler..
내 생각으로는 캘리포니아 코로나/리버사이드 지역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퍼블릭이 여기라고 보는데 (아무리 좋아도) 한번 가본 곳을 다시 가지 않는다는 주의지만 막상 오전의 라운드가 끝나고 급하게 찾다보니 대안이 없었다. 고속도로를 나와서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보면 양쪽으로 고급스런 콘도 단지가 끝없이 늘어서있고, 골프장으로 들어서면 근사한 클럽하우스에 프로샵도 깔끔하다. 오전의 Indian Hills 보다도 저렴한 금액인 40불에 부킹했는데 코로나 이전에도 이정도 가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말에는 100불이 넘어가는 좋은 골프장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스트밸리나 파인비치를 만들었던 Gary Roger Baird가 설계한 18홀인데 멀리서 바라보는 코스의 잔디가 예전보다는 좀 죽어있어보여서 살짝 실망..
인디언힐스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미국 전역에 너댓개 이상이 될 것인데 이번에 방문한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Indian Hills는 Harold Heers와 Jimmie Powell 의 설계로 1965년에 개장한 파 70 퍼블릭이다. 좀 생소한 설계자들이 50년도 전에 만든 코스라서 뭔가 남다른 스타일일까 기대도 하지만 아마도 동네 할아버지들이 찾는 퍼블릭일 것이고, 그저 가격이 저렴한데다 이쪽 (소위 Inland Empire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골프장이라는 이유로 골랐다. 이렇게 적고보니 몇년전에 이쪽 동네에 왔던 당시에는 핫딜 티타임이 십몇불이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평일 오전에 40불 이상을 지불했다. 한국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미국에는 이런 부침을 겪은 골프장들이 많다. 오래전..
팜스프링스로 가려던 계획을 (생각보다 비싼 그린피에 놀라서) 급수정하여 예전에도 종종 왔었던 코로나 지역으로 왔는데 예전에 안가본 골프장을 찾으려니 여기가 호텔에서 가장 가까왔다. 파 70에 18홀인 골프장이며, 여전히 가격이 30불 정도라서 너무 후진 곳이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자그마치 1927년에 개장한 코스라고 한다. 당대의 무비스타였던 (서부극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Randolph Scott이 설계해서 (응?) Parkridge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는데 버트 랭커스터나 클라크 게이블 등이 초기의 멤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주변의 수많은 골프장들에 밀려 명성을 잃었다지만 일단 가격 하나만 보고 간다. 다만 팜스프링스 날씨에 맞춰서 얇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