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웬만한 골프장에 만족하는 편인데 대개 나쁜 기억으로 뒤돌아서는 곳은 공이 잘 맞지 않은 날인 경우가 (물론 객관적으로 봐도 영 아닌 곳들도 있는데 티박스에 매트가 깔려있으면 기분이 상한다) 대부분이다. 제주도에 있는 수십개의 골프장들이 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만 날씨나 그날의 관리상태가 아쉬웠을 뿐 크게 실망할 일도 없다. 그래도 (모처럼 제주도에 골프치러 가는 뭍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덜 선호되는 골프장들이 몇몇 있고, 내 생각에는 라온 cc도 포함될 것 같은데 한동안 관리가 시원찮았던 것이 이유일 것이고, 실은 여기가 생기던 당시에는 공을 많이 들였던 곳이다. 대우그룹이 잘나가던 시절에 제주 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골프장을 만들려다가 결국 다른 기업에 인수되어 탄생한 27홀 골프장이며, 아마 우리..

계열사 퍼블릭인 마이다스레이크 이천이 생기면서 원래 가평에 있던 회원제 마이다스밸리는 청평 마이다스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최근에 다시 마이다스밸리 청평이 되었는데 명문을 추구하여 예전부터 복장규제가 심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권동영 씨의 역작인 18홀이라고들 하며, 몇년전에는 음으로 양으로 퍼블릭 부킹도 가능했으나 요즘에는 다시 회원 위주의 운영을 한다. 물론 회원도 부킹이 쉽지 않은지 주변에 몇몇이 있어도 좋은 계절에 가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거의 1년만의 6월말 마이다스밸리다. 가평 인근의 골프장에 가려면 마이다스밸리 입구를 종종 지나쳐야 했었는데 설악 ic를 나와서 아주 가까운 위치고,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자켓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예전에는 있었다. 지금은 여름철에 (볼썽사나운 긴 양말도 필요없이) 반바..

작년에 개장한 골프장들 중에서 유독 화제였던 포천의 힐마루 cc를 (잔디가 올라오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여기는 총 45홀로 조성된 퍼블릭인데 아마도 처음에는 회원제로 기획했을 것 같은 시그너처코스 (홈페이지에 적히기로는 하이엔드 프리미엄 퍼블릭) 18홀과 브리즈/선샤인/네스트 코스라고 이름지어진 (역시 홈페이지에는 비즈니스 퍼블릭이라고 적힌) 9홀 3개가 있다. 설계를 송호 씨가 했다고 하며, 시그너처 코스를 먼저 가보면 좋겠으나 3주전 9시에 열리는 티타임 부킹시간에 맞춰서 들어가봐도 나머지 코스들만 남아있었으니 만원쯤 비싼 가격은 별로 부담스럽지들 않은 모양이었다. 나야 어디라도 새로운 코스를 찾아가는 것이 취미인데다 어차피 퍼블릭이니 조만간 시그너처 코스도 가볼 기회가 생길..

골프코스의 호불호를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30분 정도만 내려가면 나오는 골드 cc와 코리아 cc의 매력은 부인할 도리가 없다. 아마도 주인이 같은 두 골프장은 코리아 cc가 27홀에 따로 퍼블릭까지, 골드 cc가 36홀이니까 사실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입지의 장점 하나만으로도 사시사철 풀부킹인 것이 이해되지만 그만큼 코스의 상태는 보장하기 어렵다. 언제 생겼을까 찾아보니 1986년에 1986년에 (주)대우 설계 및 시공이라고 나와있으니 벌써 30년이나 된 곳인데 (다른 소스에서는 다키노 미노루라는 사람의 설계라고도 되어있는데 이 분은 곤지암 cc 설계자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구글링을 해봐도 나오는 게 없다) 오래된 수도권 골프장의 전형이라고 본다. 뻔한 디자인이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저절로 조경이 완..

강원도 오크밸리 리조트는 주인이 바뀌기 전에도 정규홀 54홀에 오크크릭 퍼블릭 9홀까지 있었던 대단지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한 이후 작년에 성문안 cc 18홀이 개장하였고, 이번 5월에는 월송리 cc라는 이름으로 18홀이 추가되었다. 월송리 cc가 뭐냐 하면, 예전의 오크크릭이 18홀로 확장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인데 노캐디에 라커를 사용하거나 샤워를 하려면 추가금을 내야하는 식의 퍼블릭 마인드로 만들었다고 (원래의 오크크릭도 그랬다) 한다. 덕분에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으나 이렇게 9홀을 확장하여 만드는 코스가 변변하겠냐 의구심도 없지 않았고, 개장전에 다녀온 이들의 얘기로 잔디를 깐지 얼마 되지 않아 상태가 별로라고도 했다. 이제 정식으로 오픈하기도 했고, 몇주간 비가 많이 내렸으므로 좀 나아지지 않았..

이 골프장은 보스턴 시내에서 한시간 반 정도를 가야하니까 굳이 끌릴 이유가 없었어도 내가 미국에 살던 당시에는 꽤나 자주 갔었다. Howard Maurer 설계의 71홀 골프장으로, 시작하던 당시에는 회원제 컨트리클럽이었으나 2011년인가 망하면서 한동안 (시간만 잘 고르면 평일 오후에 20불 정도로) 싸게 나왔었고, 위치 탓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쌩초보 시절에 샷을 연습하기에 좋았다. Wentworth Hills 컨트리클럽의 다른 장점이라면, 근방에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어서 누가 쇼핑을 가겠다면 매장에 내려놓고 몇시간 골프를 치러 다녀올 수 있다. 매사추세츠와 로드아일랜드 주의 경계에 골프장이 위치해서 후반을 돌다보면 주경계 표지판을 넘나드는 신기한 경험도 한다. 이번에도 동행을 아울렛에 내려주고서 ..

오랫동안 다시 가보고싶어서 아쉬워했던 Quail Ridge 컨트리클럽을 십년만에 다시 가본다. 이 골프장의 흥망성쇠를 내가 보스턴에 살던 시절에 그대로 목격하였던 바 있는데, 원래 Mark Mungeam 설계로 문을 열었던 2005년 당시에는 골프다이제스트 등의 잡지에 가장 기대되는 회원제 골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몇년이 지나 일부 티타임을 일반에게 푸는 세미프라이빗 골프장으로 운영하던 당시에 몇차례 가보았었는데 잘 관리된 산악지형 코스였고, 특히 마지막 17, 18번의 아름답고도 어려웠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2012년 정도에 주인이 바뀌었는데 골프장은 9홀만 남기고 나머지는 주택을 짓는다는 소문이 들려왔었다. 그리하여 이번에 다시 찾은 Quail Ridge는 살아남은 9홀 코스가 된다. 참..

정확히 일년만에 다시 보스턴에 회의차 왔다가 짬을 내어 골프를 친다. 유니콘 골프코스라는 이름부터가 싸구려같고, 9홀 골프장이라서 예전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것인데 이번에는 쌩초보인 동행이 갑자기 골프장에 가보고싶다고 하는 바람에 고민하다 잡았다. 머리를 올려주는 수준일 것이라서 가급적이면 싸고 한적한 곳이어야 했다. 그런데 부킹을 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Wayne Stiles와 John Van Kleek의 설계로 1928년 개장한 18홀 회원제였다는 설명이 적혀있었고, 원래는 Stoneham 시와 Woburn 시에 걸쳐있던 골프장의 반쪽을 1970년에 Stoneham 시에서 인수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카트없이 걷자면 인당 25불인 시립 골프장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애초에 대충 ..

작년에 북코스를 다녀온 후 기흥 cc에는 오랜만이다. 잘 관리된, 오래된 코스에서의 라운드는 늘 즐겁지만 새로운 코스만 다니려다보니 올 기회가 적었고, 가격도 만만찮다. 주지하다시피 여기는 김명길 씨가 만든 36홀이고, 동/남 코스를 보통 남코스라고 부른다. 점점 더워지는 시기의 일요일이라 새벽의 티타임을 잡았으나 몇일 비가 왔어서 그런지 해뜨기 전부터 습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추운 것보다는 낫지 스스로를 위안하며 첫 홀로 간다. 한동안 잘 치던 아이언이 최근 다시 말을 듣지 않는데 연습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몸이 어디 아픈 것도 아니니 정말 골프는 어려운 운동이다. 먼저 시작한 동코스에서부터 습기가 장난아니게 올라온다. 우리는 천원짜리 스트로크를 했는데 내가 원래 내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빼지도 않..

비탈길에 잔디만 좀 심어놓으면 근사한 골프장으로 둔갑할듯한 동네인 가평 운악산 자락에 있는 18홀 회원제 크리스탈밸리는 김명길 씨의 설계로 만들어져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한때 세란병원이 주인이었던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른다) 시절에는 충북 진천의 크리스탈카운티 (지금의 골프존카운티 화랑)까지 계열사로 갖고 있었고, 한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여기가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부도 1호 회원제 골프장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퍼블릭 부킹도 받으면서 (조명을 설치해서 야간 3부까지도 돌렸고, 평일에는 조식이 포함된 프로모션도 있었다) 나같은 사람에게도 가볼 기회가 몇차례 생겼었는데 아무튼 지금은 다시 원래의 회원제로 운영해서 일반 부킹은 거의 차단된 상황이다. 모처럼만에 회원권을 가진 지인과 함께 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