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처럼만에 전라남도를 가는데 하루만 있기는 아쉬워서 토요일 오전 라운드를 하나 더 잡았다. 화순이라는 동네를 나는 잘 모르지만 네이버지도 등에서 보면 골프장이 (경기도 용인 수준으로) 널려있는 지역이던데 무등산 cc는 David Dale 설계의 27홀 골프장이며, 각각의 코스가 천왕봉/지왕봉/인왕봉으로 이름이 붙었다. 골프장의 이름이나 코스명이나 여기가 산악코스임을 말해주며, 평평함을 거부하는 설계자의 취향으로 보아도 만만한 코스는 아니겠거니 간다. 한동안 골프존카운티에서 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다시 원래 주인이 운영하는 퍼블릭. 참고로 코스의 명칭 세개가 무등산 정상을 이루는 삼봉 이름이라고 하며, 그야말로 天地人의 순서다. 도착하면서부터 오래된 골프장 느낌이 났는데 (실제로는 이제 십년이 조금 지났다고..

오래전에 순천의 승주 cc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가 내가 난생 처음으로 가본 전라도 골프장이다. 초보였던 시절이라 어디라도 상관있었겠냐마는 승주에 특히 좋았던 기억들이 있어서 꼭 한번은 다시 가보리라 했었다. 주인이 아마 포스코였던가 그랬던 회원제 27홀이고, 코스의 디자인이나 관리상태나 흠잡을 곳이 없었으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클럽하우스의 (엄청나게) 맛있었던 국밥이었다. 골프장 식당인데 반찬이 테이블 가득하게 깔리는 모습을 보고는 전라도 골프장은 다 이런가보다 했지만 이후로 어디에서도 그런 곳을 보지 못해서 내 기억이 왜곡된 것이었나 그런 생각까지도 하던 참이다. 행정구역은 순천이며, 1992년에 장정원 씨가 설계한 전형적인 한국식 골프장이었다가 이후 Gary Roger Baird를 데려와..

서울에서 가깝고 오래된 회원제 골프장들은 사실 안가본 곳은 없어도 여러번 가본 곳도 (레이크사이드 정도를 빼면) 별로 없다. 일단 부킹이 어렵고,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인데 회원이 아니라면 돈걱정 안하는 접대에나 이용될 것이다. 성남의 모란시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경충대로나 여수대로를 타고 조금만 가면 나오는 뉴서울 컨트리클럽도 그래서 나는 겨울철 비수기에나 몇번 가보았을 뿐이라 모처럼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간다.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조성된, 일종의 공립 (municipal) 골프장이지만 엄연한 회원제 36홀이며, 회원수 2천명 가까이에 특별회원이라는 것도 따로 있어서 특혜 시비가 잦았다. 이번에 우리는 어찌어찌 비는 티타임을 찾아서 제값을 치르고 가는데 문화코스가 배정되었다. 개장 당시에는 원래 북코스..

올란도 골프여행을 마치는 날이어서 느즈막히 18홀을 치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예상보다 비용이 (백불이 넘는 골프장을 다녔더니) 많이 들어서 마지막 라운드는 좀 싼 곳으로 해보려고 여기저기 프로모션을 찾아보다가 이 골프장에서 클릭의 실수로 인당 팔십몇불의 정가를 지불하게 되었고, 어차피 좋은지 후졌는지는 가봐야 알겠지 생각으로 간다. Eagle Creek 골프클럽은 Ron Garl과 Howard Swan 설계의 18홀 세미프라이빗 골프장인데 플로리다에서 가장 빠른 그린이라고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적어놓은 것을 보면 관리상태가 나름 괜찮겠구나 기대하며 시작한 라운드였다. 어디선가 읽은 리뷰에서 클럽하우스에 샤워시설이 잘되어있다는 얘기도 여기를 선택한 이유. 라운드가 끝나면 바로 공항으로 갈 예정..

어쩌다보니 플로리다 올란도를 방문할 때마다 가보곤 했던 골프장이 여기인데 다른 이유가 있던 것이 아니라 World Center Marriott 호텔에 딸려있기 때문이었다. 종종 이 호텔에서 열리는 학회나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로비를 나오면 바로 앞에 골프장이 펼쳐져있어서 그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골프를 목적으로 방문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렌탈클럽을 썼고, 모자랑 장갑도 프로샵에서 구입해서 쳤던 것이 벌써 서너번일 것이다. 한번은 구입한 골프공 한 박스가 14번 홀 정도에서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중단했던 기억도 있다. 쌌는지 비쌌는지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아무튼 나름 추억이 깃든 곳이라 이번에 다시 가보려고 했더니 의외로 비싼 가격이었다. 리조트 손님들이 주된 고객이라서인지 아니면..

이날은 호텔에서 가까운 (실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골프장들을 다니기로 했다. 그리하여 오전에 우리가 찾은 골프장은 Kissimmee 지역에 (올란도라고는 하지만 디즈니월드 등이 있는 동네는 키심미 시) 있는 Falcon's Fire 골프클럽이다. 예전부터 워낙 평이 좋았던, Rees Jones 설계의 18홀 골프장인데 금요일 오전에 인당 80불이 안되는 가격은 (예전에는 이 금액도 비싸다고 굳이 먼 동네로 다녔음) 요즘 기준으로는 혜자 수준이다. 호텔에서 가까와서 조금 일찍 시작하는 라운드라 잔디에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시작하게 되었다. 어제의 Royal St Cloud 골프링크스가 워낙 유니크하고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느껴졌으나 관리상태가 좋고 코스도 재미있었다. 특히 최근에 재..

비싸진 미국 골프비용에 좀 숙소에서 멀더라도 싼 골프장을 찾아보다가 여기를 발견했다. 올란도 남쪽으로 30분 거리인 St. Cloud 시에 위치한 Royal St Cloud 골프링크스는 오후에 27홀을 치는 가격으로 인당 68불 정도를 받는데 2시쯤 시작하면 해지기 전에 가능하겠다는 계산으로 부킹한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이 골프장의 사연을 읽어보고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2001년에 Lewis "Chip" Powell의 설계로 18홀 코스가 만들어져서는 한때는 플로리다에서 가장 내장객이 많은 골프장으로 꼽히기도 했다는데 몇년뒤에 다른 사람에게 팔리면서 새로운 주인인 Bill Filson이 추가로 9홀을 만들어서 지금의 27홀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세개의 9홀 이름은 Red/White/Blue. 우리는 ..

초특급 호텔의 브랜드가 전세계에 여럿 있지만 당연히 플로리다의 올란도에도 리츠칼튼이나 포시즌스, 왈도프 아스토리아 등이 디즈니월드 근방에서 손님을 받고 있으며, 대개 럭셔리한 골프장을 끼고 있다. Waldorf Astoria 골프클럽은 원래는 디즈니월드 리조트에 포함되어 만들어진 곳인데 당시의 이름은 Bonnett Creek 코스였다 (비슷하게 디즈니 Osprey Ridge 코스는 Four Seasons 리조트가 구입하여 지금의 Tranquilo 골프장이 되었다). Rees Jones 설계에 티타임 간격이 10분인 Waldorf Astoria에 손이 떨려가며 부킹했는데 수준급 코스에서 일요일 오전에 230불 정도는 낼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 코스가 명성대로 좋을지는 가서 봐야할 것이었다. 디즈니월드 정..

오전에 Remington 골프클럽에서의 18홀 라운드를 마치고, 바로 근처에 있는 Kissimmee Bay 컨트리클럽으로 간다. 여기도 Lloyd Clifton 설계의 18홀 골프장인데 (개장년도가 1990년이니 Remington 보다 십년쯤 오래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십몇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지금은 50불 가까이를 받는다.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에서 종종 느끼는 것이, 비싸면 비싼만큼 좋지만 가끔 싸고도 괜찮은 골프장을 만나기 때문에 그런 기쁨을 위해서 나는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찾아다닌다. 이 설계자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우왕 놀랄 일은 없으나 크게 실망하지도 않을) 전형적인 골프장을 만든다는 느낌이었는데 관리에 들이는 정성이 경험을 좌우하게 된다. 여기도 오전에는 outing이 있었는지 ..

몇일간 백불이 넘어가는 골프장들을 다녔더니 손이 떨려서 이날은 숙소에서 좀 떨어진,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잡았다. 덜 알려졌고, 그린피가 주말 오전에도 60불 정도지만 Remington 골프클럽은 Lloyd Clifton 등의 회사인 Clifton, Ezell & Clifton 설계인 18홀 세미 프라이빗 골프장이다. Lloyd Clifton이 디자인한 골프장을 몇군데 가본 것으로 기억되는데 대개 플로리다 지역의 중저가 코스들이었지만 나름 만족했다고 생각한다. 여기를 홈페이지에서 부킹하려고 보니 인근의 Kissimmee Bay 컨트리클럽도 함께 나오는 것을 보니 주인이 같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날 오후에는 Kissimmee Bay를 가기로 했다). 이번에 묵은 호텔은 조식이 불포함이라 근처 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