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정규홀이 제대로 된 골프장이고 퍼블릭은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그냥 연습삼아 가는 곳이라는 식의) 우리나라 퍼블릭 골프장의 개념을 확 바꿔놓은 원조, 클럽72를 몇주만에 다시 가본다. 바다 코스를 구성하는 54홀 (클래식, 레이크, 오션)은 주차장과 클럽하우스를 같이 써서 늘 사람이 붐비는데 티타임 잡기도 예전에는 많이 어려웠었다.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가격은 회원제 못지않게 받는다는 비난을 무마하고자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던 곳인데 (예를 들어 코스 중간중간의,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냉차, 겨울에는 커피, 붕어빵 등의 서비스) 주인이 원더클럽으로 바뀐 이후에는 서비스가 줄었으나 가격은 좀 내렸다. 그리고 혹서기라서 그렇겠지만 2부에는 팀도 별로 없이 썰렁했다. 이번에 가는 코스는 레이크. 스카이7..
제주도 중문단지에서 묵을 때마다 생각나던 중문 골프클럽은 (예전에는 명칭이 중문비치 컨트리클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번째 방문이 쌩초보 시절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이런 날에도 골프를 치나? 내키지 않는 심정으로 엄청 고생만 했었는데 특히 그린 앞에 해저드가 있던 파 3 홀에서 (원치 않는) 동반자들의 호의로 티샷을 서너번이나 반복한 끝에 공을 다 잃어버리고는 고개를 떨구며 그린으로 다가갔더니 온그린한 세명이 서로 버디를 하네 마네 즐거워해서 더 비참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장정원 씨의 설계로 개장해서 초기에는 미국 PGA 투어를 유치하기도 했다는 이 코스는 한국관광공사 소유라서 아직도 퍼블릭이다. 따라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부킹이 거의 로또 수준인데 혹서기라서 그런가 쉽게 7시 중반대의 티타임..
사실 이런 식의, 9홀 두번 도는 퍼블릭은 별로 좋아하지 않었는데 아침일찍 비행기로 왔어도 이날의 티타임이 오후 1시 이후라서 먼저 어디선가 9홀만 돌아보고자 했다. 십년쯤 전에 처음 머리를 올리는 한** 선생을 위해 여기서 한번 운동했었는데 당시에는 "프라자" 컨트리클럽 혹은 봉개프라자라고들 불렀다. 제주시에서 가까운 한화콘도에 딸린 9홀인데 콘도가 오래되어 낡은 것을 감안하면 골프장도 역사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관리상태도 썩 괜찮고 난이도도 있는 그런 골프장이었다. 전반 아웃코스를 옐로우, 후반을 레드 코스라고도 부른다. 한라산 자락을 따라 꽤나 올라왔음에도 아침에는 안개가 심하더니 다행히 곧 개여서 멋진 경치가 드러나게 되었다. 티박스 두개, 그린도 두개를 쓰는 식인데 우리는 티타임을 예약..
하코네에서의 3일이 끝나서 오전 라운드 후에 공항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주변에 괜찮아보이는 골프장이 천지라서 이번에 못가서 아쉬운 곳들도 많았는데 고민하다가 오다와라조 컨트리클럽 (小田原城カントリー倶楽部)으로 결정했다. 바로 근방에 성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데 오다와라성은 골프장보다 더 최근에 지어진 듯 쌔삥이다) 일단 구글맵에서 찾아보다가 이 골프장의 6번 홀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사진을 보면 무조건 클릭할 수 밖에 없는 경치였다. 일요일 오전임에도 하코네 골프장들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는데 점심을 포함하여 만오천엔 정도였으니 그저 행복했다. 설계자는 (주) 일본골프증권이라고 홈페이지에 적혀있는데 골프증권사가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일본경제가 상승하던 1973년 개장한 것으로 되어있으니 대충 만..
토요일에도 가급적 36홀을 돌아보자며 오전 7시반으로 예약한 곳은 하코네 유노하나 골프장 (箱根湯の花ゴルフ場)인데 여기는 프린스호텔에 딸려있는 18홀이다. 호텔에서 관리할테니 상태는 좋을 것이고, 중간에 식사를 팔지 않는 스루플레이 전용코스라는데 우리가 보통 외국에 가면 1번부터 시작해서 (9홀 돌고 휴식하지 않고) 18번까지 계속 공을 치는 방식을 일본에서는 스루플레이라고 한다. 어제보다는 한시간 늦게 시작하지만 5시간 안쪽으로 라운드를 마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이 골프장은 오타니 마츠아키 (大谷光明)와 아사카 하토히코 (朝香鳩彦) 씨 등이 설계했다고 하며, 호텔에 붙어있기 때문에 어렵게 만들기보다는 풍광에 신경썼다고 (호텔의 홈페이지에서 보면, 노천탕에서 골프장과 저멀리 후지산까지 보인다고) 한..
오전에 후지노모리 골프클럽에서 18홀을 쳤으니 근방에서 오후 라운드를 잡아본다. 구글맵을 보면 역시나 주변에 여러 골프장들이 보이는데 가격이 적당한 곳으로 찾아서는 라쿠텐 사이트로 들어가서 부킹하려고 했더니 같은 날짜에 두 골프장은 안된다고 (일본은 큐슈처럼 한국인들이 많은 동네가 아니면 하루 36홀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 나온다. PGM 고텐바 컨트리클럽 (御殿場カントリークラブ)은 이름에서부터가 퍼시픽골프 계열이기에 급하게 회원가입을 했고, 오후 1시의 18홀 스루플레이로 부킹했다. 굳이 이름 앞에 PGM을 붙이는 것은 아마도 인근에 고텐바 골프클럽이 있기 때문에 (이쪽도 부킹이 가능했는데 어차피 다 초행이기 때문에 약간 싼 PGM으로 잡음) 구별을 위한 것이지 싶고, 구글맵에서는 예전 명칭이 아시가..
숙소를 하코네 쪽으로 잡았는데 기왕이면 후지산을 바라보는 곳에서 골프를 한번 쳐보고싶어서 시즈오카현으로 넘어간다. 후지노모리 골프클럽 (富士の杜ゴルフクラブ)은 이름 그대로 후지산의 숲에 있기 때문에 구글맵에서 사진을 보고는 바로 부킹했지만 숙소인 하코네유모토 쪽에서는 (직선거리로는 아주 가까운데) 산을 돌아가야해서 새벽같이 길을 나섰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라도 하코네와 후지산의 날씨는 반바지가 후회될 정도로 시원했다. 후지노모리의 설계자인 이즈미 이츠스케 (和泉一介) 씨는 일본 골프계의 거장인 이노우에 세이치 (井上慶一) 문하로 일을 시작하여 수많은 회원제 코스를 만든 분이다. 일본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골프장들은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았기에 지금도 (비록 시설은 낡았어도) 코스 자..
아마도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는 여기가 가장 많이 가본 곳이지 싶은데 서울, 분당 등에서 접근성이 좋고 18홀 코스가 세개나 되는데다가 (회원권 없이도 부킹이 가능하다지만) 오래전부터 내 직장에서 주말 부킹을 해줬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좋은 골프장이지만 주말에는 워낙 비싸기도 하고, 길면서 어렵기도 하고, 솔직히 나는 다른 곳도 가보고 싶은데 직장에서 단체로 운동하거나 하면 거의 무조건 레이크사이드로 결정되곤 했다. 1990년에 재일교포의 투자로 처음 개장했던 당시에 54홀 코스라는 규모는 거의 아시아 최고였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이정도 규모의 골프장이 여기저기 생겼어도 서울 근교에다가 이만한 땅을 마련하기는 이제 어려울 것도 같다. 설계자는 일본인인 나카노 유 (中野有)라는 사람이며, 일본식 골프장임에 ..
인천공항 옆에 위치한 72홀 대단위 퍼블릭 골프장인 클럽72. 이름처럼 4개의 18홀 코스가 있는데 나는 스카이 72로 개장하던 십여년 전부터 모든 코스를, 그것도 여러번씩 가보았지만 실은 클럽하우스와 이름을 공유한다는 것 말고는 다른 스타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나는대로 각각에 대해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클럽72의 네 코스는 설계자도 각각 달랐는데 노준택 씨가 설계한 하늘과 레이크 코스가 있고, 잭니클라우스 디자인의 Tom Peck이 만든 오션 코스, Robin Nelson이 관여한 클래식 코스가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수많은 리조트를 디자인한 Nelson & Haworth 사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클래식 코스는 전형적인 리조트 코스가 되었고, 20세기 중반의 미국 골프설계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
(촌스럽기 그지없던 이름인) 용인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이름을 막 바꾸었을 시절인 1999년에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로 개장한 글렌로스 골프클럽은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9홀 두바퀴 퍼블릭이다. 그래도 여기는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코스처럼 느껴지게 만들어놔서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각 홀들이 2티 2그린 시스템이며, 18홀 기준으로 하면 6,500 야드나 되니까 짧은 골프장도 아니다. 9홀 퍼블릭 치고는 상당히 비싸서 주말의 18홀 그린피가 웬만한 회원제 뺨치는데 하긴 요새는 퍼블릭도 워낙 가격을 올려버려서 그러려니 한다 (회원대우로 친 날이라 돈은 크게 들지 않았다). 서울에서 멀지는 않지만 주말 오후라면 교통체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찌감치 출발해야 했고, 에버랜드를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