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쪽으로 골프치러 가면 늘 점심이나 저녁으로 들르는 곳이 병천의 순대국집 거리인데 바로 인근에 천안상록과 골프존카운티 천안 (예전의 버드우드 컨트리클럽)이 있다. 버드우드는 나름 양잔디 18홀의 회원제였는데,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이 몰락해가는 전형적인 예라고 보여진다. 2000년대 초반에 공사를 시작하면서 회원권을 분양했으나 지지부진하자 파격적인 조건으로 다시 회원 모집을 하면서 거의 800명에 달하는 회원권을 팔았다. 이 과정에서 초반에 산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야 해서 분쟁이 있었다고 하며, 어찌어찌 골프장이 개장은 했으나 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길고 험난한 세월이 시작되었다. 부도와 회생절차를 거듭하다가 결국 대중제로 전환하였고, 최근에 골프존카운티에 인수되었다. 그 과정에서..

클럽디 (Club D)라는 회사는 전국 곳곳에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원래 괜찮았던 회원제를 인수한 클럽디 금강을 빼면) 대단한 평가가 어려울, 그만그만한 코스들이었지만 가격이 나름 착했다. 클럽디 속리산이나 보은 등도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이 무조건 근사할 산속에 있기 때문에 훌륭한 경관과 관리상태였던 기억이다. 경상남도 거창이라는, 초행길의 외지인이 생각하기에 골프장 말고는 아무것도 만들 일이 없어보이는 위치에 조성된 27홀 골프장인 클럽디 거창, 여기도 무슨 다른 회사에서 골프코스를 조성하다가 중단되어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전국에서도 가성비로는 탑일 것이다. 처음에 설계를 누가 했는지는 찾을 길이 없었고, 대개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도로를 (대전통영..

서울 근교에서는 아마도 가장 많이 가보았을 레이크사이드 cc를 다시 방문. 티타임을 신청하면 회원제인 서코스는 어쩌다 한번씩, 퍼블릭 남/동 코스 중에서는 남코스로 부킹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랜만의 동코스 라운드다. 늘 새로운 코스를 찾아나서는 편이지만 그래도 위치나 규모 덕택에 어쩔 수 없이 기회가 생기는 곳이고, 자주 간다고 늘 잘치기도 힘든 골프장이다. 골프장이 후져서 꺼려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언제 가더라도 아름답고 잘 관리된 코스가 반겨주긴 하는데 비싼 돈을 치르면서 (특히 평일의 경우에는) 아는 이를 만날까 괜히 꺼려지기도 한다. 내 기억에 남코스나 동코스나 똑같다고 (비슷한 경치에 똑같이 어렵다고) 남아있으니 이번에는 어디 한번 제대로 평가해보리라 마음먹은 참이었다. 바야흐로 가을의 초입이..

무슨무슨 골프장 순위 이딴 기사에 몇년전부터 1위 아니면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있는 웰링턴 cc에 운좋게도 몇번 가본 입장에서 내 평가(랄까 느낌)는 좀 양면적이다.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할 좋은 골프장임은 분명한데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인데 오늘은 그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모처럼만의 웰링턴이고, 늘 잔디가 누렇던 시절에만 기회가 났다가 이번에는 모처럼 성수기 라운드라 예전과는 평가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골프장에 순위를 매기는 행위는 중고딩 시절에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어쩌고를 놓고 친구들과 말다툼하던 수준을 떠올리게 한다.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한 중에서도 좋은 코스들이 많고, 골프장의 경험은 코스나 클럽하우스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등수매..

오크밸리 리조트가 현대산업개발로 매각되면서 기존의 회원들에 대한 대접이 시원찮아졌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아무튼 새로운 18홀 퍼블릭 코스를 개장하는 등 매우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코스는 퍼블릭이며, 성문안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은 누가 생각해냈는지 몰라도 참신한 우리말이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어감이다. 퍼블릭이라고는 하지만 노준택 씨가 설계했고,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에 여느 회원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나는 발렛파킹에 직원이 가방을 들어다주는 식의 서비스는 괜히 부담스럽기만 하던데 그보다 베어크리크 춘천 등에서 보았던, 노준택 씨가 코스를 고급지고 어렵게 만드는 능력을 믿기에 어렵게 티타임을 잡았다. 퍼블릭이라 4주전 월요일에 열리는 티타임을 광클릭으로 잡아야하는데 살..

몇년전에 용평 gc와 함께 방문해서 훌륭한 컨디션과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던 평창의 알펜시아를 드디어 다시 가보게 되었다. 작년에 다녀온 지인의 말로는 매각설이 돌면서 관리상태가 엉망이 되어서 차라리 알펜시아 700 퍼블릭이 낫더라 그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올해부터 관리하는 KMH 레저가 가격은 비록 올렸을 망정 코스관리만큼은 인정하는 회사라 다시 기대를 품고 갔다. 여기는 원래부터 럭셔리한 페어웨이 콘도와 함께 분양한 회원제 27홀이었고,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다. 지금도 알펜시아 "트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Troon 골프에서 관리를 했었지 싶은데 아무튼 기본이 탄탄한 골프장이다. 이제 여러 부킹 사이트에 티타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

한때는 경기도 이천의 회원제 3인방으로 꼽히던 (비교대상이 블랙스톤 이천과 해슬리 정도였으니 상당한 고급이었음) 휘닉스 스프링스가 2015년에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이름도 사우스스프링스로 바꾸었다. 몇년전까지는 꽤나 자주 갔었는데 언제나 어렵고도 좋은 골프장이었지만 가격이 주변에 비해 몇만원이라도 더 비싸서 차츰 발길을 끊었었다. 이번에도 어디 좀 싸고 좋은 곳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올해의 (정말 미쳤다고밖에는 표현하기 힘든) 비싼 그린피에 황당한 심정으로 에잇 그럴바엔, 하며 여기를 잡았다. 서울에서 멀어보이지만 중부고속도로 남이천 ic를 나가서 바로 나오기 때문에 용인권 어디보다도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점도 여기를 고른 이유다. 실은, 사우스스프링스에 한번 다시 가보고싶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네이..

코로나 이전부터 서울 인근에서는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태광 cc를 오랜만에 다녀왔다. 36홀의 코스들 중에서 지금은 동코스 9홀을 퍼블릭으로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북코스를 대중제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84년에 신갈 컨트리클럽으로 개장하던 당시에는 연덕춘 씨가 설계한 남/동 코스의 18홀이었고, 태광그룹이 인수하여 회원제 서코스, 대중제 북코스를 추가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임상하 씨가 관여했다. 새 주인이 골프장의 이름을 태광 cc로 바꾼 이후에도 남/동/서 27홀을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2006년 쯤에야 동코스를 퍼블릭으로 바꾸었다고 하니 아마도 (원래는 대중제로 만들어진) 북코스의 인기나 완성도가 생각보다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동안 회원이 예약하더라도 (전반 코스는 알 수 있어도) 어떤 코스의..

경기도 포천에도 푸른솔 골프클럽이 있지만 같은 회사가 주인인 골프장이 전남 장성에도 있다 (포천은 가산 노블리제 cc를 인수한 것이니 이쪽이 더 먼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성치환 씨가 설계한 27홀 코스인데 페어웨이에 깔린 잔디가 장성중지라는 품종이니 이쪽 동네는 특이하게도 잔디가 특산품인 모양이다. 퉁쳐서 한국잔디 내지는 조선잔디라고 부르는 속에서도 장성중지는 줄기가 풍성하고 잎이 길어서 밟아도 잘 죽지 않는 특성으로 학교 운동장 등에 많이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잔디의 상당수를 장성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아무튼 잔디로 유명한 지역에 있는 골프장인 셈인데 그보다도 얼마전 유튜브에서 보았던 모 채널에서 푸른솔 장성의 풍광을 보면서 한번 가봐야지 했다가 기회를 잡았다. 마운틴/레이크/힐 코스들 ..

코로나가 창궐한 3년간 별일없이 잘 피해다녀서 내가 주변에 친구가 없나 생각까지 하다가 드디어 지난 주에 걸렸다. 생각보다 심하게 앓으면서 몇일간 고생했는데 줄줄이 잡아놓았던 골프 부킹을 (동반자들에게 연락해서 의견을 묻고) 취소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아무튼 몇일간의 격리를 마치자마자 원래 예정되었던 전라도 여행을 떠났다. 몇년전에 전라남도 화순이라는 곳에 난생 처음으로 가보았을 때 그쪽에 생각보다 골프장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해피니스 cc에서 라운드하면서 코스의 수준이나 관리상태가 좋아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를 초대해주었던 후배의 말로는 광주 인근에서는 나주에 있는 골드레이크가 원탑이라고 해서 조만간 다시 오리라 약속했는데 코로나 탓에 3년이나 늦은 재방문이다. 골드레이크는 장정원 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