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팜스프링스로 가려던 계획을 (생각보다 비싼 그린피에 놀라서) 급수정하여 예전에도 종종 왔었던 코로나 지역으로 왔는데 예전에 안가본 골프장을 찾으려니 여기가 호텔에서 가장 가까왔다. 파 70에 18홀인 골프장이며, 여전히 가격이 30불 정도라서 너무 후진 곳이 아닐까 걱정도 했는데 자그마치 1927년에 개장한 코스라고 한다. 당대의 무비스타였던 (서부극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 수도) Randolph Scott이 설계해서 (응?) Parkridge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는데 버트 랭커스터나 클라크 게이블 등이 초기의 멤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주변의 수많은 골프장들에 밀려 명성을 잃었다지만 일단 가격 하나만 보고 간다. 다만 팜스프링스 날씨에 맞춰서 얇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준비..

원래 이번 골프여행의 행선지가 팜스프링스였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최성수기인 10월말 그린피가 서울 근교 뺨칠 정도로 비쌌고, 그나마도 부킹이 어려웠다. 일단 나는 동반자들보다 몇일 먼저 왔기 때문에 어제는 Torrey Pines, 오늘은 LA 쪽으로 올라와서 혼자 치기로 했다. 어차피 대도시 인근이라 싸면서 괜찮은 코스는 부킹이 어려웠고, 이름부터가 뭔가 근사하게 보였던 앙헬레스 내셔널로 정했는데 토요일 오후의 18홀 비용이 백몇십불이어서 잠깐 고민했지만 작금의 골프붐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감당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산세가 좋은 국유림 내부에 위치한 모양으로 무조건 카트를 타야하고, 사전결제 필수라고 하니 우리나라 골프장하고 비슷하구나 생각으로 오히려 끌렸다. Angeles National 골프..

오전에 토리파인스 북코스에서의 즐거운 라운드를 마치고는 잠시 시간이 비길래 클럽하우스 곳곳을 돌아보았다. 시립 (municipal) 골프장이라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랜 전통과 US 오픈 사진들로 도배해놓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기념으로 다들 사가는 모자도 선물용으로 몇개 구입했다. 앞서도 적었듯이 토리파인스라고 하면 다들 남코스가 진짜배기라고들 생각하는데 1월의 Farmers Insurance 오픈 준비로 지금은 거의 방치하는 수준으로 관리(안)한다고 들었다. 러프는 물론이고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를 대회 직전까지 잘 깎지 않는다고 하며,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정도는 이해해야지 했는데 1번 홀에 서보니 좀 기가 막히게 누런 풍광이 펼쳐진다. 바로 옆으로 푸르른 북코스 10번 ..

코로나 직전인 2020년 2월이 마지막이었으니까 거의 3년만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간다. 예전의 나는 미국에 가면 무조건 싸게 많이 치자는 주의였는데 판데믹을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어서 돈 몇푼 아끼지 말자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몇십만원짜리를 몇일간 연이어서 치기는 부담스러워서 고민이 많았고, 이번에는 매년 Farmers Insurance 오픈이 열리고, 수차례 US 오픈을 개최했던 토리 파인스에서의 라운드다.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면서 유명해진 Bethpage Black 등과 마찬가지로 Torrey Pines도 오래된 시립 골프장이고, 1957년에 William F. Bell의 설계로 36홀이 만들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David Rainville, Jack Daray 2세 등이 리노베이션을 했고,..

천안쪽으로 골프치러 가면 늘 점심이나 저녁으로 들르는 곳이 병천의 순대국집 거리인데 바로 인근에 천안상록과 골프존카운티 천안 (예전의 버드우드 컨트리클럽)이 있다. 버드우드는 나름 양잔디 18홀의 회원제였는데,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이 몰락해가는 전형적인 예라고 보여진다. 2000년대 초반에 공사를 시작하면서 회원권을 분양했으나 지지부진하자 파격적인 조건으로 다시 회원 모집을 하면서 거의 800명에 달하는 회원권을 팔았다. 이 과정에서 초반에 산 회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야 해서 분쟁이 있었다고 하며, 어찌어찌 골프장이 개장은 했으나 소유주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길고 험난한 세월이 시작되었다. 부도와 회생절차를 거듭하다가 결국 대중제로 전환하였고, 최근에 골프존카운티에 인수되었다. 그 과정에서..

클럽디 (Club D)라는 회사는 전국 곳곳에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원래 괜찮았던 회원제를 인수한 클럽디 금강을 빼면) 대단한 평가가 어려울, 그만그만한 코스들이었지만 가격이 나름 착했다. 클럽디 속리산이나 보은 등도 골프장이 위치한 지역이 무조건 근사할 산속에 있기 때문에 훌륭한 경관과 관리상태였던 기억이다. 경상남도 거창이라는, 초행길의 외지인이 생각하기에 골프장 말고는 아무것도 만들 일이 없어보이는 위치에 조성된 27홀 골프장인 클럽디 거창, 여기도 무슨 다른 회사에서 골프코스를 조성하다가 중단되어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전국에서도 가성비로는 탑일 것이다. 처음에 설계를 누가 했는지는 찾을 길이 없었고, 대개 산자락을 따라 계단식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속도로를 (대전통영..

서울 근교에서는 아마도 가장 많이 가보았을 레이크사이드 cc를 다시 방문. 티타임을 신청하면 회원제인 서코스는 어쩌다 한번씩, 퍼블릭 남/동 코스 중에서는 남코스로 부킹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랜만의 동코스 라운드다. 늘 새로운 코스를 찾아나서는 편이지만 그래도 위치나 규모 덕택에 어쩔 수 없이 기회가 생기는 곳이고, 자주 간다고 늘 잘치기도 힘든 골프장이다. 골프장이 후져서 꺼려하는 것은 절대 아니고, 언제 가더라도 아름답고 잘 관리된 코스가 반겨주긴 하는데 비싼 돈을 치르면서 (특히 평일의 경우에는) 아는 이를 만날까 괜히 꺼려지기도 한다. 내 기억에 남코스나 동코스나 똑같다고 (비슷한 경치에 똑같이 어렵다고) 남아있으니 이번에는 어디 한번 제대로 평가해보리라 마음먹은 참이었다. 바야흐로 가을의 초입이..

무슨무슨 골프장 순위 이딴 기사에 몇년전부터 1위 아니면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있는 웰링턴 cc에 운좋게도 몇번 가본 입장에서 내 평가(랄까 느낌)는 좀 양면적이다.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할 좋은 골프장임은 분명한데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인데 오늘은 그 소감을 적어보려고 한다. 모처럼만의 웰링턴이고, 늘 잔디가 누렇던 시절에만 기회가 났다가 이번에는 모처럼 성수기 라운드라 예전과는 평가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 골프장에 순위를 매기는 행위는 중고딩 시절에 세계 3대 기타리스트 어쩌고를 놓고 친구들과 말다툼하던 수준을 떠올리게 한다.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한 중에서도 좋은 코스들이 많고, 골프장의 경험은 코스나 클럽하우스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등수매..

오크밸리 리조트가 현대산업개발로 매각되면서 기존의 회원들에 대한 대접이 시원찮아졌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아무튼 새로운 18홀 퍼블릭 코스를 개장하는 등 매우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새로 만들어진 코스는 퍼블릭이며, 성문안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은 누가 생각해냈는지 몰라도 참신한 우리말이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어감이다. 퍼블릭이라고는 하지만 노준택 씨가 설계했고,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에 여느 회원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나는 발렛파킹에 직원이 가방을 들어다주는 식의 서비스는 괜히 부담스럽기만 하던데 그보다 베어크리크 춘천 등에서 보았던, 노준택 씨가 코스를 고급지고 어렵게 만드는 능력을 믿기에 어렵게 티타임을 잡았다. 퍼블릭이라 4주전 월요일에 열리는 티타임을 광클릭으로 잡아야하는데 살..

몇년전에 용평 gc와 함께 방문해서 훌륭한 컨디션과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던 평창의 알펜시아를 드디어 다시 가보게 되었다. 작년에 다녀온 지인의 말로는 매각설이 돌면서 관리상태가 엉망이 되어서 차라리 알펜시아 700 퍼블릭이 낫더라 그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올해부터 관리하는 KMH 레저가 가격은 비록 올렸을 망정 코스관리만큼은 인정하는 회사라 다시 기대를 품고 갔다. 여기는 원래부터 럭셔리한 페어웨이 콘도와 함께 분양한 회원제 27홀이었고, Robert Trent Jones 2세의 설계다. 지금도 알펜시아 "트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Troon 골프에서 관리를 했었지 싶은데 아무튼 기본이 탄탄한 골프장이다. 이제 여러 부킹 사이트에 티타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거리가 좀 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