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쳤다 싶을만큼 올라버린 올해 그린피에 그나마 부킹마저도 어려워진 탓에 또다시 멀리까지 가보는 평일 오후의 라운드. 이번에도 충주 근처까지 가는데 여기 주덕면이라는 동네는 (가서 보니까 이제는 읍이 되었다) 옛날에 마장동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이제 충주가 가까와졌구나 졸린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펴던 위치다. 주변의 달래강과 탄금대도 익숙한 곳이지만 그 시절에 골프장 따위는 있지도 않았고, 설령 있었다고 해도 저게 뭐지?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송호 씨의 설계로 2012년에 개장한 18홀 코스인데 각 9홀 코스의 이름은 (정직하게도) 레이크/힐 코스다. 예전에 갔었던 당시에 로비에서 잡히는 와이파이 중에 "songho"가 있었던 것을 보면 그의 사무실이 여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본 사람..

한때 대우그룹의 골프장은 포천의 아도니스, 양산의 에이원, 그리고 거제도의 드비치까지 전국에 걸쳐 있었는데 지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여전히 명문으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드비치는 우리나라 최초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설계자 송호 씨의 실력이 여지없이 발휘된 진정한 씨사이드 코스로 유명했는데 서울에서는 워낙 거리가 멀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몇달전 KPGA 매치플레이 대회를 tv에서 보면서 큰 결심을 했다. 일박이일 패키지를 예약하고, 동반자를 모은 다음에,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고, 거기서부터는 택시로 이동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동선이어서 원래 게으른 나로서는 골프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여정이다. 바람이 부는 해안가라 좀 쌀쌀하겠지 했지만 맑은 날이어서 클럽..

이름에는 동전주라지만 (서서울, 남서울 cc가 서울에 있지 않은 것처럼)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27홀 대중제 골프장으로, 각각의 9홀 코스가 K, M, S 코스라고 되어있어서 kbs, mbc, sbs인가 싶었다 (실제로는 금강, 만경강, 섬진강이라고 한다). 몇년전에 전주에서 회의가 있어서 내려갔다가 (나는 바로 귀가했지만) 다른 몇몇이 다음날 이 골프장에서 운동한다고 해서 나중에 어땠냐고 물어봤더니 음, 가격은 쌌어요 그딴 대답이 돌아와서 대체 어떤 곳일까 궁금하던 차였다. 코스의 설계를 "골프그룹디자인뷰"라는 회사에서 했다고 홈페이지에 나와있어서 구글링해보니 벨라스톤 설계에 참여한 류창현 씨라는 분의 회사다. 경력이 많지 않은 설계자가 만드는 코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가끔 황당하게 어려운 홀이 튀어..

몇년전 처음으로 제천의 힐데스하임을 가자고 했더니 다들 미쳤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서울에서는 고속도로를 타고도 원주를 지나 조금 더 가야하는데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에서 나가면 금방이라 의외로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지만 (물론 이렇게 십분만 더 가면, 이러다보면 어디 경상도까지도 갈 것이다) 심리적으로 일박이일은 해야할 것만 같은 위치라서 그렇다. 서울에서의 거리 탓인지 주변에 가본 사람이 적은 힐데스하임 cc가 스마트스코어에 팔리면서 이름을 킹즈락 (King's Rock) 컨트리클럽으로 바꾸었는데 나는 힐데스하임에는 여러번 가봤으나 킹즈락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임상신 씨가 설계해서 드래곤/타이거/스완 코스로 불렸던 27홀 퍼블릭으로, 코스의 이름도 아마 지금은 서/동/남으로 바꾼 모양이었다. 27홀..

작년에 새로 문을 연 골프장들의 상당수가 코로나 특수로 급하게 개장을 서둘렀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시기에 다시 방문해보리라 생각했던 곳들이 몇몇 있다. 충주의 올데이 골프리조트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작년 12월에 처음 가서는 눈밭에서 보물찾기하듯 공을 찾아가며 18홀을 돌았고, 잔디가 올라오기 시작하던 봄에도 다시 갔었지만 아무래도 설계한 의도대로 코스를 즐기려면 여름에 다시 와봐야지 싶었는데 이번에도 전날에 번개처럼 급조된 라운드다. 가성비로 이름을 날렸던 충주의 임페리얼레이크, 로얄포레가 같은 회사가 되면서 인근에 만든 27홀 대중제인데 이 회사는 최근 횡성의 옥스필드까지 인수하면서 골프장 4개에 90홀을 갖춘 대기업이 되어버렸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코스를 사다가 비싸고 ..

제주도의 수많은 골프장들이 대개 평균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다시 가봤으면 하던 곳이 해비치 cc였다. 여러해 전에 직장의 워크샵을 여기서 하면서 꽤 크고 쾌적한 골프텔을 인당 하나씩 차지하는 호사를 누렸었는데 요즘에는 꿈같은 얘기고, 이후 몇차례 갔지만 비바람에 끝까지 쳐본 적이 없었다. 여기는 장정원 씨가 설계해서 36홀인데 레이크/스카이/팜/밸리의 네개 코스가 돌아가며 하나씩을 (평일에) 노캐디 퍼블릭으로 개방했었다. 지금은 팜/스카이의 조합을 회원제, 레이크/밸리 코스를 퍼블릭이라고 하나, 주인이 바뀌면서 구분이 모호해진 모양으로 그냥 18홀씩 묶어서 돌린다. 이번에는 토요일에 와서 18홀을, 일요일에 36홀, 그리고 귀가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막..

제주도의 해비치 골프앤리조트는 현대차그룹이 주인인 36홀 골프장인데 그중 레이크/밸리의 18홀이 원래 대중제였고, 스카이/팜 코스가 회원제였다. 양쪽의 코스가 잔디와 디자인이 미묘하게 달랐던 기억인데 아무튼 이번에는 리조트에서 일박하면서 두 코스를 모두 쳐보기로 했다. 장정원 씨가 설계해서 그래도 제주도에서도 관리상태나 코스의 레이아웃이 좋기로 소문난 골프장이지만 내 경우에는 갈때마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취소되거나 중간에 포기하거나 했어서 제대로 겪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날씨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특히 지난주에도 제주도에 왔다가 태풍이 몰아치는 와중에 공을 쳤더니 힘든 것은 물론이고 스윙이 망가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잔뜩 찌푸린 하늘이지만 이틀 내내 비예보는 없어서 다행. 레이크 ..

동탄의 화성상록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인데 서울에서 좀 멀지만 코스의 수준은 천안이 훨씬 좋다고들 한다. 나는 작년까지 몇번 가보고는 언젠가 다시 가볼 날만 기다렸는데 공무원들이 맨날 골프만 치는지 부킹이 어렵던 차에 (화성상록은 그나마 부킹이 좀 된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자리가 하나 나오길래 얼른 잡았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천안은 심리적으로 멀기 때문에 예전에는 지방에 내려가는 일정이 생기면 중간에서 한번 공을 치고 간다는 식이었고, 이날은 주말 새벽의 티타임이다. 여기는 임상하 씨가 설계한 27홀 코스로 넓고 평평하고 긴, 전형적인 우리나라 올드코스다. 최근까지도 (나는 짤순이라서) 이런 코스를 싫어했는데 티샷이 200미터도 못 가지만 페어웨이만 지키..

루트 52는 여주의 스카이밸리와 신라 cc 중간쯤에다가 올해 새로 개장한 골프장으로, 설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있지 않지만 재미있고 잘 관리된 코스라고 벌써부터 평이 좋다 (원래의 주인이 금호여서 여주 아시아나 cc로 개발하던 곳인데 그렇다면 김병국 씨가 설계했을 것이고, 지금의 주인은 계룡건설이라고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그냥 어디라도 부킹만 되어라 심정이기 때문에 좋고 나쁨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여기는 평이 좋은 편이고, 최근 골프업계에 열을 올리는 카카오골프가 관리하는 모양이다. 신생이라서인지 카카오 때문인지 몰라도 소위 파워블로거들이 (공짜로 맛나게 잘먹었습니다 식의) 후기도 많이들 올리고, 유튜브에도 자주 등장하던데 내가 구식이어서인지 이런 식의 마케팅이 별로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그..

수원 cc가 자리잡은 위치는 1975년에 개장했을 당시에만 해도 신갈오거리 근처의 시골 한구석이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용인시 구성지구의 한복판에, 바로 옆에는 강남대학교, 바로 앞에는 8차선 대로를 마주하는 그런 요충지가 되어버렸다. 십몇년전 바로 근처에서 (지금의 동백지구) 살던 당시에는 저게 골프장인가? 맞나? 그러고만 지나쳤더랬는데 이제는 골프치러 당당하게 드나들 수 있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당시에도 골프장 입구의 도로는 지금처럼 넓었지만 아무튼 세월이 흘러 주변은 이미 아파트로 가득하고, 앞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지만 골프장 정문으로 들어가면 신코스와 구코스를 포함하여 엄청난 크기의 녹지가 자리잡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거리로만 치면 가장 가까운 골프장들중 하나인데 경부고속도로를 타거나 분당을 통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