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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힐스 순천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36홀 회원제가 지금은 골프존카운티의 일원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왕년의 명성이 어디 가겠냐 했지만 의외로 (주변 골프장들에 비해서) 저렴하게 일박이일 패키지가 나왔길래 무조건 가보기로 했다. 설계를 휴먼골프엔지니어링이라는 곳에서 했다는데 전라도의 해피니스나 태안의 솔라고 등등을 만든 설계회사로, 우리나라 지형을 잘 이해하고 만든다는 게 내 느낌이었다. 국내 최장의 전장이라고 하던데 클럽디 금강보다 긴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화이트티에서 치는 입장에서는 그날그날의 티박스 운영에 따라 길거나 짧거나 할 것이다. 요즘 관리상태가 별로라는 얘기도 들려왔지만 한때는 잘나가던 회원제였으니까 (10년전쯤에 KPGA 대회도 개최했었는데 당시의 코스는 루비/다이아몬드의 18홀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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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요즘에는 더 죽어라고 골프치러 다니는 것 같다. 겨울에는 해외에도 몇번 나가주고 했어야하는데 속없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잔디를 밟아보고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적당한 가격에 (평일이라 오전에는 일을 해야하니까) 너무 멀지 않은 곳을 찾다가 오래전에 가봤지만 코스에 대한 기억은 없는 안성 콘트리클럽이 잡혔다. 개장한 지 수십년인 이 골프장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Douglas Carrick을 모셔다가 설계했는데 이 사람은 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지만 유럽에서도 (Hans Erhardt와 함께) 비엔나 인근의 Fontana 골프클럽이나 헝가리의 Pannonia 컨트리클럽 등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골프가 여전히 있는 자들의 사치였던, 그래서 일본식의 편안한 회원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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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새로운 골프장을 포스팅한다. 통영이라는 동네에 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십여년전에 여행을 좋아하는 누군가의 카톡 프사에서 본 동피랑 마을의 벽화와 바다풍경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집돌이인 나로서는 골프가 아니고서는 이렇게나 먼 동네까지 가볼 리가 없으니 그나마 나이먹어서라도 이 운동을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역설적이게도) 엄청나게 국내 골프장들을 찾아다년던 것이 2020년이었고, 잔디는 많이 밟았는데 실력과 체력은 급하락한 해이기도 했다.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나와있던 골프장들이 다시금 부흥의 계기를 맞은 해였고, 골프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많았구나 실감하기도 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조성된 국내의 골프열풍은 2021년에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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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ow's Walk는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진정한 "숨겨진 보석"인데 보스턴에서 한시간 정도를 내려가서 대서양 바다와 산을 따라가는 도전적인 코스를 평일에 40불 정도로 칠 수 있는 골프장이다. 모래를 채취하던 버려진 땅에다 Michael Hurzan이 환경친화적인 골프장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클럽모우를 설계한 바 있는 이 설계자는 미국골프코스설계자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여러 재질로 만들어 (모래, 원래의 땅 그리고 USGA 표준) 테스트할 용도로 Widow's Walk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언덕너머에 대서양이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고, 다만 바람이 대단한 코스다. 걷기에 편안한 골프장은 아닌데 코스가 언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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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동부의 퍼블릭 골프장 순위에는 반드시 10위권에 드는 고급 골프장 Granite Links는 이름처럼 채석장에다 만든 링크스 스타일인 코스다. Quincy 시와 Milton 시에 걸쳐있던 채석장이 문을 닫은 것이 1989년이었고, 한동안 버려졌던 땅에다가 주택단지와 함께 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 십년뒤. 첫번째 9홀인 Milton 코스가 John Sanford의 설계로 2003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는 손님이 와서 골프를 치고싶다고 하면 일순위로 떠올렸던 곳인데 비회원 그린피가 150불까지도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Milton/Quincy/Granite의 27홀 코스중 하나는 회원 전용으로 해놓고 나머지 두개의 9홀 코스를 개방하기 때문에 치려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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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무슨 호텔에 딸려있는 골프장이겠거니 짐작되는 Rancho Bernardo Inn은 좋은 골프장들이 몰려있는 샌디에고 지역에서도 명성과 역사로는 탑급인 곳이다. 1963년에 30개의 객실과 William F. Bell 설계의 18홀 골프장으로 문을 열었고, 이후 Ted Robinson이 한번, Schmidt-Curley 디자인에서 다시 코스를 리노베이션했다. 7, 80년대에는 PGA와 LPGA 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이 골프장은 주말 그린피가 백불이 넘어가니까 좋은 곳임이 분명한데 그래도 잘만 찾아보면 평일에는 50불 미만의 가격으로 칠 수 있다. 모든 홀의 페어웨이 양측으로 주택이 늘어서있고, 관리상태는 겨울이라도 나쁘지 않다. 나는 골프나우 핫딜에 20% 프로모션 코드까지 먹여서 싸게 쳤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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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초에 다녀온 캘리포니아 골프장들 사진을 보다가 귀국 직전에 다녀온 이 골프장이 위치한 동네의 이름이 "코로나"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다. 당시에 나는 밤비행기 대한항공으로 귀국하는 일정이라 아침에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는 두군데 골프장을 들러서 36홀을 마친 참이었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정도. LAX 공항까지 넉넉하게 한시간 반을 잡고, 렌트카를 반납하고, 출국수속하고, 대한항공 라운지에서 샤워하는 동선을 고려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일렀다. 겨울이어도 몸은 땀범벅에 다리가 후둘거렸어도 어디 싼 골프장이 있다면 18홀 정도는 더 쳐야겠다 생각하고 찾아보니 여기가 바로 지척이었던 것이다. 카트포함 22불이라 연습장이다 생각하면 되었는데 설계자를 찾아보니 Dye 패밀리의 M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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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작년이었지 싶은데 시카고 공항의 인근에 한국인들이 좀 모여사는 동네에 묵었을 시기다. 시카고는 우리나라에 못지 않게 추운 동네인데 그래도 문을 여는 골프장이 있어서 잘 찾아보면 겨울에도 라운드가 가능하다. 페어웨이 상태는 기대하지 말아야하며, 카트의 진입을 막아놓거나 아예 걷는 플레이만 허용하곤 하지만 아무튼 치게는 해준다. 이날도 기온은 영상이었어도 바람이 세찬 날이었는데 골프치는 (미친)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나 그래도 프로샵은 열려있었고, 걷는 그린피로 40불 정도를 냈다. Bob Lohmann 설계의 파 70 코스이며, 이름처럼 다리가 많이 놓여있다. 어차피 골프장을 우리가 세놓은 상황이므로 빽티에서 쳐보기로 했는데 바람에 실려 눈까지 슬슬 내리는 날이었다. 어차피 공치는 목적이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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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의 일박이일 일정은 대구 cc에서 운동하고 귀가하게 된다. 어제보다 더 추워진 날씨에, 오전 티타임이라 더 힘들었지만 우리나라 골프역사에서 유서깊은 대구 컨트리클럽은 한번쯤은 방문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역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송암 우제봉 회장이 뉴코리아 cc를 처분하고는 고향인 경북 경산에다가 이 골프장을 만든 것이 70년대 초반이니까 이미 반세기가 넘었다 (서울한양, 부산 cc, 관악 cc 등은 중간에 위치를 옮겼지만 대구 cc는 처음 만들어진 자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 설계자가 없던 시절이라 코스의 디자인을 송암이 직접 하신 모양인데 결국 세월이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시킨 셈이다. 좋은 시절에 왔다면 좋으련만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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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도군에 숨은 보석으로 알려졌던 청도 그레이스를 방문하는 날은 영하 10도에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굳이 이런 날씨에 골프를 쳐야겠냐 했지만 모처럼 대구의 지인이 일박이일 일정으로 초대해준 자리라 강행한다 (아마도 초대한 분이나 서울에서 내려간 우리들이나 다들 오늘은 취소하죠 그런 얘기가 목구멍에서 간질간질했을 것이다). 추위에 떠느라, 그리고 어차피 누런 풍경이라 이날은 사진도 몇장 찍지 않았다. 유럽의 성채같은 클럽하우스가 어디서 많이 봤다싶게 익숙한 그레이스 cc는 개장하던 십수년전에는 꽤나 근사한 회원제였다고 하는데 퍼블릭으로 바뀌면서 관리가 영 아니게 되었다고 초청해준 분이 얘기를 한다. 우리야 어차피 누런 잔디만 밟다가 가겠지만 시작하기 전에 바라본 코스가 상당히 멋져보여서 원래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