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이번 골프여행의 행선지가 팜스프링스였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최성수기인 10월말 그린피가 서울 근교 뺨칠 정도로 비쌌고, 그나마도 부킹이 어려웠다. 일단 나는 동반자들보다 몇일 먼저 왔기 때문에 어제는 Torrey Pines, 오늘은 LA 쪽으로 올라와서 혼자 치기로 했다. 어차피 대도시 인근이라 싸면서 괜찮은 코스는 부킹이 어려웠고, 이름부터가 뭔가 근사하게 보였던 앙헬레스 내셔널로 정했는데 토요일 오후의 18홀 비용이 백몇십불이어서 잠깐 고민했지만 작금의 골프붐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감당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산세가 좋은 국유림 내부에 위치한 모양으로 무조건 카트를 타야하고, 사전결제 필수라고 하니 우리나라 골프장하고 비슷하구나 생각으로 오히려 끌렸다. Angeles National 골프..

오전에 토리파인스 북코스에서의 즐거운 라운드를 마치고는 잠시 시간이 비길래 클럽하우스 곳곳을 돌아보았다. 시립 (municipal) 골프장이라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랜 전통과 US 오픈 사진들로 도배해놓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기념으로 다들 사가는 모자도 선물용으로 몇개 구입했다. 앞서도 적었듯이 토리파인스라고 하면 다들 남코스가 진짜배기라고들 생각하는데 1월의 Farmers Insurance 오픈 준비로 지금은 거의 방치하는 수준으로 관리(안)한다고 들었다. 러프는 물론이고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를 대회 직전까지 잘 깎지 않는다고 하며, 카트가 페어웨이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정도는 이해해야지 했는데 1번 홀에 서보니 좀 기가 막히게 누런 풍광이 펼쳐진다. 바로 옆으로 푸르른 북코스 10번 ..

코로나 직전인 2020년 2월이 마지막이었으니까 거의 3년만에 미국 캘리포니아를 간다. 예전의 나는 미국에 가면 무조건 싸게 많이 치자는 주의였는데 판데믹을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어서 돈 몇푼 아끼지 말자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몇십만원짜리를 몇일간 연이어서 치기는 부담스러워서 고민이 많았고, 이번에는 매년 Farmers Insurance 오픈이 열리고, 수차례 US 오픈을 개최했던 토리 파인스에서의 라운드다.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면서 유명해진 Bethpage Black 등과 마찬가지로 Torrey Pines도 오래된 시립 골프장이고, 1957년에 William F. Bell의 설계로 36홀이 만들어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David Rainville, Jack Daray 2세 등이 리노베이션을 했고,..

또다시 개장 백주년을 기념하는 라운드. 여기는 정말로 숨겨진 보석같은 골프장인데 미국에 살던 시절에는 주로 추운 겨울에 갔었다. Hingham이라는 지역은 눈이 적게 내리는지 온동네 골프장들이 폐장하는 겨울철에도 여기는 문을 열었어서 자주 갔었는데 날이 좋아지면 가격이 좀 올라가기도 했고, 여기가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거의 한시간을 내려가야했기 때문에 초록색 잔디를 밟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Wayne Stiles와 John Van Kleek의 설계로 1922년에 개장했다는데 같은 설계자들이 만든 Putterham 골프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실은 코스의 아름다움이나 재미는 훨씬 뛰어나다. 회원제로 개장했지만 지금은 시립 퍼블릭인데 여전히 고급스런 클럽하우스와 수영장, 테니스장까지 남아있..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서만 골프치기가 어려워졌나 했더니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에는 (어떻게 망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한산하던 동네 퍼블릭 골프장들도 티타임 잡기가 힘들어졌고, 나처럼 혼자서 가자면 부킹없이 무작정 워크인으로 혼자서든 아니면 다른 팀에 조인해서라도 칠 수가 있었는데 그것도 어려워졌다. 몇몇 주변의 골프장에서 풀부킹입니다라던가 outing이 예약되어있다고 뺀치를 맞다가 아예 멀리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보스턴에서 거의 50마일을 달려야 도착하는 Bellingham이라는 곳까지 왔는데 도무지 골프장이 있을만한 지역은 아니지만 몇년전까지 보스턴에 살던 시절에는 싼맛에 몇번 왔었던 골프장이다. Maplegate 컨트리클럽은 Phil Wogan과 Leonord French의 설..

내가 보스턴에 살던 시절에도 이 골프장, Norwood 컨트리클럽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워낙 평이 나쁜 곳이어서 와본 적이 없었다. 가본 사람들의 말로는 맨땅같은 페어웨이에 배수가 나빠서 끔찍하다고들 했다. 이 골프장은 Frank Simoni라는 (이 이름은 Brookmeadow 컨트리클럽의 소개에도 나오는데 아마 거기도 Sam Mitchell 설계일 것이다) 동네 땅부자가 Sam Mitchell을 설계자로 고용해서 만들었다는데 5,630야드의 파 71 코스다. 이날은 원래 골프가 계획에 없었는데 오후에 서너시간이 비는 바람에 근처에 사람이 적을법한 골프장을 찾아서 온 것이었다. 막상 와보니 평일 오후가 무색하게 붐볐는데 (드라이빙 레인지에는 심지어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음)..

드디어... ㅋㅋ 감개무량하게도 2년여의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격리는 없어졌어도 오며가며 코를 쑤셔야하는 수고로움이 여전해서 고민을 했지만 이제 더는 못참겠다며 보스턴에서의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중간에 어디라도 호텔에서 가까운 골프장을 가보리라 생각했었고, 보스턴의 5월초는 여전히 쌀쌀하기 때문에 좋은 곳을 굳이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여기가 떠올랐다. 보스턴에서 북서쪽으로 30분 정도 거리인 Sandy Burr 컨트리클럽은 이번이 두번째이자 십년만의 방문인데 이쪽에 살던 당시에 이웃들과의 라운드에서 생애 첫번째 샷이글을 하고는 기념라운드를 빙자하여 왔었다. 게다가 Donald Ross가 설계하여 1922년에 개장한 역사적인 골프장이니 (올해..

Widow's Walk는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진정한 "숨겨진 보석"인데 보스턴에서 한시간 정도를 내려가서 대서양 바다와 산을 따라가는 도전적인 코스를 평일에 40불 정도로 칠 수 있는 골프장이다. 모래를 채취하던 버려진 땅에다 Michael Hurzan이 환경친화적인 골프장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클럽모우를 설계한 바 있는 이 설계자는 미국골프코스설계자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여러 재질로 만들어 (모래, 원래의 땅 그리고 USGA 표준) 테스트할 용도로 Widow's Walk를 만들었다고 한다.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언덕너머에 대서양이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고, 다만 바람이 대단한 코스다. 걷기에 편안한 골프장은 아닌데 코스가 언덕을..

미국 북동부의 퍼블릭 골프장 순위에는 반드시 10위권에 드는 고급 골프장 Granite Links는 이름처럼 채석장에다 만든 링크스 스타일인 코스다. Quincy 시와 Milton 시에 걸쳐있던 채석장이 문을 닫은 것이 1989년이었고, 한동안 버려졌던 땅에다가 주택단지와 함께 골프장을 조성하기로 한 것이 십년뒤. 첫번째 9홀인 Milton 코스가 John Sanford의 설계로 2003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는 손님이 와서 골프를 치고싶다고 하면 일순위로 떠올렸던 곳인데 비회원 그린피가 150불까지도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갈 엄두가 나지 않지만 Milton/Quincy/Granite의 27홀 코스중 하나는 회원 전용으로 해놓고 나머지 두개의 9홀 코스를 개방하기 때문에 치려고만..

이름에서부터 무슨 호텔에 딸려있는 골프장이겠거니 짐작되는 Rancho Bernardo Inn은 좋은 골프장들이 몰려있는 샌디에고 지역에서도 명성과 역사로는 탑급인 곳이다. 1963년에 30개의 객실과 William F. Bell 설계의 18홀 골프장으로 문을 열었고, 이후 Ted Robinson이 한번, Schmidt-Curley 디자인에서 다시 코스를 리노베이션했다. 7, 80년대에는 PGA와 LPGA 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이 골프장은 주말 그린피가 백불이 넘어가니까 좋은 곳임이 분명한데 그래도 잘만 찾아보면 평일에는 50불 미만의 가격으로 칠 수 있다. 모든 홀의 페어웨이 양측으로 주택이 늘어서있고, 관리상태는 겨울이라도 나쁘지 않다. 나는 골프나우 핫딜에 20% 프로모션 코드까지 먹여서 싸게 쳤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