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찌감치 일어나서 보스턴 시내와 하바드 스퀘어를 걸어다니다가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래도 골프나 치는게 낫지 하며 여기로 왔다. 여기를 처음 가본 것이 아마 2012년 2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시다시피 미국 북동부의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춥기도 하지만 워낙 길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이때가 골프에 대해 이론공부를 엄청나게 했던 시절이기도 했는데 도서관에서 골프에 관련된 책이나 비디오를 잔뜩 빌려다가 (그야말로) 공부를 했었다. 인근 골프장들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We're Open"이라는 배너를 발견하고는 여기 전화를 몇차례 한 끝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도착하니까 주차장에 차가 달랑 한 대 있어서 아마도 직원의 것이지 싶었고,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놓은 프로샵은 실제 코스에서 많이 떨어..

오전의 The Cape Club과 함께 라운드할 Cape Cod 지역의 골프장을 물색하자니 좋다는 골프장이 지천에 널려있어서 고르기가 힘들었다. 결국 바로 근방에 있는 The Brookside 골프클럽을 찾아갔는데 Michael Hurdzan이 설계해서 1986년에 문을 열었다가 십년 뒤에 부동산 개발과 함께 John Sanford가 리노베이션한 퍼블릭이다. 예전부터 결혼식 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니까 잔디의 관리나 경치나 좋을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오후라서 싼 가격을 은근 기대했는데 The Cape Club과 비슷한 $55 씩을 냈다. 첫번째 인상은 주변이 주택단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조경은 별로겠구나, 두번째로 스코어카드를 보면 빽티에서도 기껏 6,317 야드에 파 70 코스라 좀 쉽겠구나 그랬다. 따뜻..

보스턴에 2년간 살면서 수많은 골프장에 가보았음에도 늘 아쉬움으로 남은 곳이 Cape Cod 지역이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이자 골프장 천지인 동네인데도 당시에는 $50이 넘는 그린피는 감당하기에 쪼들렸었고, 동네에도 싸고 괜찮은 골프장들이 널렸는데 굳이 한시간을 운전해서까지 멀리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당시에 명성만 들어왔던 골프장 하나가 Ballymeade 컨트리클럽이었는데 회원제였지만 "member for a day" 프로모션을 종종 했기 때문에 한번은 가보싶었던 곳이다. 몇년이나 지나서 다시 보스턴을 방문하게 되었으니 (그리고 주머니 형편도 좀 나아졌으니) 거기를 가보기로 했는데 그새 골프장의 주인이 바뀌고, 이름도 The Cape Club으로 바뀌어 (퍼블릭) 리조트가 되었다. 홈페이지를..

여기도 보스턴 서쪽으로 한시간쯤 거리에 있는 수많은 가성비 짱인 골프장들 중 하나인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매사추세츠 주에서도 가장 어려운 코스의 하나로 꼽힌다는 점이다. Mark Mungeam이 설계했는데 이 사람은 지금은 Geoffrey Cornish의 디자인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Geoffrey Cornish가 사망한 지금에도 회사의 이름은 Mungeam Cornish 디자인이다) 혼자 작업하던 시절에도 뉴햄프셔의 Owl's Nest나 커넥티컷의 Oxford Greens 등의 어렵다고 소문난 골프장들을 만든 바 있다. Cyprian Keyes도 블랙티에서 레이팅과 슬로프가 74.4, 136인데 화이트에서도 72.4에 139나 된다. 골프장의 이름도 특이하다. 실은 1713년부터 이곳에 집을 짓고 살..

사연이 많았던 골프장인 Shaker Hills는 실은 2012년까지 내가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 한번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다. 좋다는 소문을 듣던 차에 경영상의 문제로 폐업을 했고, 결국 가볼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줄 알았다. 다행히 새 주인을 만나서 2014년에 다시 오픈했으니 언젠가는... 하며 벼르던 참이었다. 실은 오랜만에 보스턴까지 갔으니 하루쯤은 온전히 골프에만 바쳐서 54홀을 돌아보고 싶었던 날인데 작년에 LA에서의 경험으로 평일에라면 충분히 (비록 몸은 중노동으로 힘들어도) 세군데 골프장을 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같이 가는 이** 선생을 열심히 설득했다. 3월 중순이면 북동부라도 오전 6시 이전에 해가 떠서 저녁 7시는 되어야 지니까, 기온도 섭씨 20도 밑으로 쾌적하니까, 그리고 평..

예전에 두어번 와봤던 골프장인데 보스턴 도심에서 거리가 좀 되고, 잘 알려져있지는 않지만 나름 숨겨진 보석이구나 했던 곳이다. 1964년에 Geoffrey Cornish 설계로 개장했으니 역사도 만만치 않은데 막상 가서 보면 경치도 좋고 관리상태도 근사하다. 미국 북동부에는 Geoffrey Cornish가 만든 골프장이 꽤나 많은데 캐나다 출신인 이 설계자는 1960년대에 가장 잘나가던 디자이너였고, 골프장 설계에 비슷한 시기에 뛰어든 동료들이 Pete Dye, Robert Trent Jones 주니어 등이었으니 서로 경쟁하듯 나름의 스타일을 확립해가던 시절이었다. 오전에 Segregansett 컨트리클럽에서 운동을 마치고는 주변에 어디서 18홀을 더 돌고자 했더니 여기가 떠올랐다. 평일인데 카트비를 포..

보스턴에 살던 당시에는 이름만 들어봤지 가볼 생각도 못하던 회원제 골프장인 Segregansett 컨트리클럽이 최근에는 하루에 서너팀 정도씩 퍼블릭 부킹을 받는다고 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개장년도가 1893년이니까 뉴잉글랜드의 골프장 중에서도 1세대일 것인데 (미국의 골프장으로는 네번째라고 함) 최초의 나인홀 코스는 Alexander H. Findley가 설계했다고 하며, 그 유명한 Francis Ouimet도 이 클럽의 회원이었다. 나인홀이 추가된 것이 1965년이라고 하는데 새로 구입한 부지는 P&G 비누회사의 James Gamble이 살던 집이라고 하며, 홀들을 하나씩 추가해가다가 1976년에야 Geoffrey Cornish와 Bill Robinson이 리노베이션을 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보스턴 방문의 컨셉을 추억으로 잡고보니 내가 적어도 열번 이상 가본 동네 퍼블릭 골프장이 거의 열개는 되더라. 3일동안 다 돌아보려면 하루에 54홀은 쳐야하는데 카트를 타지 않을 작정이므로 쉽지는 않을 여정이다. 내년에는 보스턴 직항이 생긴다고 하던데 한국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까지는 어디선가 환승이 필요하다. 골프백과 옷가방을 챙겨서는 디트로이트를 경유하는 델타항공이 보스턴 로간공항에 내린 시각이 오후 2시경, 렌트카를 빌려서는 첫번째로 들른 곳이 바로 여기다. 늘 미국에 오면 느끼지만 워낙에 다들 짜증날 정도로 느려터져서 한국에서처럼 시간여유를 잡으면 안된다. 가방이 나오기까지 30분, 공항의 셔틀버스로 렌트카 사무실까지 가려면 또 30분은 걸린다. 거기에 로간공항을 빠져나오는 길이 (이쪽 동..

보스턴 인근에 2년간 살면서 다녀본 수많은 골프장 중에서 딱 하나만 꼽아서 다시 가보라면 주저없이 선택할 골프장. 귀국 후에도 매년 보스턴에 갈 기회가 생기면 들르곤 했는데 특히 가을에 가면 단풍든 숲의 경치가 최고다. 1939년에 Donald Ross의 설계로 만들어졌고, 오래된 역사를 반영하듯 빽티에서 6,400 야드 정도지만 뉴잉글랜드 올드 코스의 전형인 골프장이다. 사실 보스턴에는 골프역사에서, 특히 미국의 골프역사에서 중요한 곳들이 많이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미국의 역사에서 최초로 (1893년) 만들어진 회원제 컨트리클럽이 인근의 The Country Club이고, 거의 최초로 생긴 퍼블릭 골프장인 William J. Devine 골프장이 Flanklin 공원에 만들어진 것이 1896년이다...

역사깊은 36홀 골프장인 Ponkapoag에서 #2 코스는 18홀이 유지되었었지만 (그러나 Donald Ross가 만들었던 시기에 #2 코스는 9홀짜리였고, 후반 9홀은 1955년에 William Mitchell이 설계해서 추가됨) Donald Ross 디자인의 원형을 간직해오던 #1 코스는 2003년에 홍수로 범람한 이후 9홀만 운영되어왔었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2012년까지도 이쪽 코스는 9홀만 열었었는데 오리지날 디자인에서 1, 2, 9, 10, 14, 15, 16, 17, 18번이 남아있었고, 코스의 나머지 부분은 (지나가면서 보면) 정글 내지는 황무지 수준이었다. 늪지 보호구역에 만든 코스라 개울을 건너갔다 돌아오는 식이어서 나름 어려웠던 기억이다. 이 코스에 관심을 가진 인물로 Brian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