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그룹의 고급 회원제 골프장인 곤지암 cc는 오래전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던 곳이었는데 봄의 길목에 들어서서야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나는 누런 잔디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 좀 날이 풀리고 갔으면 했지만 이런 프라이빗 코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는 처음 1993년에 개장할 당시에는 다카노 미노루라는 사람이 (이 사람은 골드 cc 설계자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Dakano Minoru를 구글링해도 골프와 관련된 검색결과는 곤지암 cc 말고는 없다) 설계했다는데 이후 송호 씨가 George Philpott와 함께 2009년에 리노베이션을 했다. 좋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어도 회원만 부킹이 가능한데다 LG 그룹의 관계사가 아니면 회원권을 많이 판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여기 가봤다는 사람..

시카고는 추운 동네라서 골프장들이 3월말에서 4월초에 문을 연다. 4월에서 5월은 대개 추위에 떨면서 공을 쳐야 하지만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덕택에 평소 같으면 비싼 골프장도 비교적 저렴하게 가볼 수 있다. 이쪽 동네에서 손꼽히는 퍼블릭인 Cantigny 골프클럽은 시카고 트리뷴의 발행인이었던 Robert R. McCormick (시카고의 거대한 학회장인 McCormick Place의 그 맥코믹 맞다) 소유의 농장에 만들어진 27홀 코스이고, 원래 설계는 Roger Packard가 했으나 2003년에 Rick Jacobson이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퍼블릭이지만 캐디를 쓸 수 있으니까 확실히 좋은 코스인 모양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굳이 말도 통하지 않을 캐디에게 돈을 들일 이유가 없다. 시카고에 하루..

시카고 주변에는 가성비 짱짱한 골프장들이 널렸지만 서쪽으로 갈수록 가격은 낮아지고, 골프장은 더 좋아진다. 오헤어 공항에서도 서쪽으로 좀 가다보면 나오는 Elgin이라는 동네에는 2012년에 Bowes Creek 골프클럽에 갔었고, 2013년 6월에는 여기 Highlands of Elgin에 갔었다. 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훌륭한 코스들인데 당시에는 날씨도 좋았고, 코스도 한산해서 여기가 천국이구나 감탄하며 18홀을 돌았었다. 주변에 주택가가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갈대밭이 무성한 고원지대 코스인데 일종의 링크스라고 해도 좋겠다. 설계자는 Larry Packard와 Keith Foster라고 한다.이번에는 매섭게 추운 날씨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18홀을 돌았다. 기온이 섭씨 ..

맨날 시카고에 올 때는 대한항공만 탔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아시아나는 한국에서 밤에 출발하고, 현지에서도 밤에 떠나는 스케줄이어서 한번 타보기로 했다. 오헤어 공항에 저녁무렵에 내려서는 바로 호텔로 갔고, 대충 잠을 청하고는 새벽같이 다시 나왔다. 이날 대한항공 편으로 오는 후배를 마중하러 공항에 가야하는데 오전 9시반 도착이니까 입국수속에 짐찾고 하면 11시는 될 것이므로 그전에 나 혼자서 적당한 곳에서 18홀을 돌면 딱이었다. 오헤어 공항 근방에도 골프장이 많은데 카트없이 걸을 생각이었으므로 비교적 평탄하고 단순한 코스를 찾아보았다. Mount Prospect 골프클럽은 이 동네의 퍼블릭인 모양인데 홈페이지에서 역사를 읽어보니까 1920년에 회원제로 개장했으나 원래의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고,..

여기는 십년전쯤까지 시카고에 오면 무조건 들르던 골프장이었다. 당시에는 학회로 오면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서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일행중에 누군가가 골프를 좀 치자고 제안하면 거의 무조건 Arboretum이었다. 밴이나 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던 시절이라 위치가 어디쯤인지,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얼마씩 저를 주시면 됩니다 가이드가 얘기하면 돈을 모아서 줬는데 아마도 인당 150불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세상물정 모르는 촌놈들인 우리는 시카고 근처에는 골프장이 별로 없나보다, 그래도 한국보다 엄청 싸다~ 그러면서 좋아들 했었다). 가이드가 매번 달랐어도 골프장은 여기로만 안내했으니 커미션이 있는지 주인이 한국사람인지 알 길은 없으나 그럭저럭 이뻤던 풍광만 기억나고, 끝나고 시카고로..

이박삼일 일정으로 온 일본에서 이틀째이자 귀국하는 날의 골프장은 쯔이엔 컨트리클럽의 서고베코스 (隨縁カントリークラブ 西神戸コース). 설계자인 Robert von Hagge 씨는 어째 낯선 이름이지만 Doral 리조트를 설계하는 등 상당히 유명한 코스 디자이너라고 한다. 쯔이엔이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일본에 여기저기 많이 있는 모양인데 캐디가 필수인 고급진 곳도 있고, 여기처럼 퍼블릭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고 한다. 여행사를 끼고 부킹했으므로 가격은 모르겠지만 프론트에 붙어있는 가격표에 주말 그린피가 만엔이 넘어가니까 좋은 골프장인 모양이다. 반일감정으로 일본 전역의 골프장들에 한국인 내장객이 전년대비 20%도 안된다고 하며, 실제로 일요일 오전에 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서 한국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서..

근 십년만에 두번째로 가보는 일본 골프장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내 습성상 처음 머리를 올렸던 것이 2008년에 중국 하문에서였고 (동방 컨트리클럽), 두번째는 후쿠오카 인근의 어디선가였다 (거기가 어디였는지, 골프장 이름은 기억나지 않음). 그리고 십여년이 흘렀는데 어쩐 영문인지 일본에 갈 일도, 골프칠 일은 더더구나 별로 없었던 것이다. 하필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별로일 때, 소위 이시국에, 방문하는 것은 살짝 찝찝하긴 하지만 직장상사의 환갑기념 골프여행이라기에 따라나섰다. 금요일 밤비행기로 떠나서 고베 인근에서 두번의 라운드 후에 귀국하는 일정. 그런데 여행사에서 사전에 일정표를 보내오기는 했는데 거기 적힌 골프장의 이름들은 구글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그야말로 가보고서야 어디로구나 하는 깜깜이 라운드..

이름에서부터 카지노에 딸린 골프장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Mohegan Sun 리조트에서 차로 30분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서 원래는 카지노와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 홈페이지에는 골프장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았는데 Geoffrey Cornish가 설계해서 1960년에 개장한 당시에는 Pautipaug 컨트리클럽이라는 이름이었던 모양이고, 이후 Stephen Kay가 한번, Robert McNeil이 다시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카지노 소유의 골프장은 나빴던 기억이 거의 없는데 금요일 오후에 인당 48불이니까 가격도 착하다. 참고로 Mohegan 족은 익히 알려진 모히칸 (Mohican) 인디언들과는 다른 종족이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모히칸 족의 후예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

귀국하는 날은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가야했으므로 중간에 두군데를 들르기로 했다. 오전에는 매사추세츠에서 코넥티컷주로 넘어가자마자 나오는 골프장인데 여기는 Mark Mungeam 설계의 18홀이며, 좋은 평가에 비해 가격이 저렴했다. 역사를 찾아보면 여기는 Putnam 컨트리클럽이라는 명칭으로 1994년에 개장했다는데 초기의 설계자는 Mike와 Sally Donovan 부부였다고. 회원제였지만 파산한 이후 리노베이션을 거쳐 퍼블릭으로 다시 문을 연 것이 2007년인데 당시 Mark Mungeam은 원래의 코스가 전혀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골프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카트를 포함해서 인당 52불을 냈는데 (미국 동부쪽 골프장들은 이렇게 카트비를 따로 받는 곳들이 많다) 만약 걷는다면 38..

대망의 5일간 180홀 골프여행을 마무리하는 장소는 오전의 Wintonbury Hills 부근의 Gillette Ridge 골프클럽이다. 솔직히 하루에 36홀씩 닷새를 골프만 쳤으면 지겹고 힘들 법도 한데 아쉬움이 남아서 남은 기운을 쥐어짜본다. 여기도 뉴잉글랜드 (퍼블릭) 골프장의 순위를 매기면 거의 빠지지 않는 곳인데 Edwin Seay와 Arnold Palmer의 설계로 2004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원래의 부지는 Cigna 보험회사 본사가 위치했던 곳이라고 하며 (지금도 페어웨이 한쪽으로는 회사의 건물이 있고,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린다), 미국의 골프 붐의 끝물에 만들어진 코스라 돈을 쏟아부은 티가 나는데 평일에는 인당 $50로 칠 수 있으니 (그래봐야 서부 골프장들보다는 비싸지만)..